우주비행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 여성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는 의류에 도입됐다. 여성들은 개인 차이가 있지만 40대 중후반 무렵 호르몬 균형이 깨지면서 안면홍조나 발한, 불면증에 시달린다.

미국 피프티 원 어패럴(Fifty One Apparel)이라는 업체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연구 자금 및 기술 제휴를 통해 최근 갱년기 여성의 불쾌감을 줄여주는 기능성 의류들을 선보였다. 

옷의 소재는 NASA가 우주복에 사용하려고 개발한 상전이성 섬유다. 상전이(phase transition)란 온도나 압력 등 외부 조건에 따라 액체가 고체, 또는 그 반대로 물질의 형상이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NASA로부터 자금 및 기술 원조를 받아 제작된 여성 갱년기 증상 완화 의류 <사진= NASA·Fifty One Apparel 공식 홈페이지>

NASA는 1980년대 휴스턴 존슨 우주 센터를 중심으로 우주복 장갑 소재를 개발했다. 극한의 상황에 노출되는 우주인의 원활한 미션 수행을 위해 장갑의 단열재를 개선했다. 당시 NASA 기술자들은 상이 변화하며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상변화 물질을 활용하기 위해 트라이앵글 리서치라는 업체와 공동 개발을 진행했다.

이들은 상변화 물질 내부에 초소형 캡슐을 내장하는 방식으로 우주인 장갑의 온도를 안정 상태로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이 기술은 실제 우주복에는 적용되지 않았는데, 아웃라스트 테크놀로지라는 업체가 특허를 사들여 속옷부터 레이싱 전용 의류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었다.

2017년부터 갱년기 여성의 기능성 의류 제작에 착수한 피프티 원 어패럴은 바로 이 상전이 섬유에 주목했다. 더울 때 열을 흡수해 체온을 낮추고 추울 때 비축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섬유라면 여성들의 갱년기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탄생한 의류는 처음에는 상의 네 종류였다가 현재 하의와 잠옷, 스카프, 마스크까지 확장했다.

우주인의 작업을 도맡는 우주복 장갑은 극단적인 우주 환경에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회사 관계자는 “국립노화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연간 100만 명에 달하는 여성이 갱년기 때문에 고생한다”며 “갱년기 증상은 특정 연령대 여성만의 일로 넘기기 쉽지만 심하면 중증 우울증을 부를 수 있어 주위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NASA는  ‘NASA 기술 이전 프로그램(NASA Technology Transfer Program)’을 통해 그간 우주 개척을 통해 개발한 첨단 기술을 민간에 전하고 있다. NASA의 연구원들이 고안한 아이디어나 기술이 완전히 적용되거나 일부 응용된 사례는 생각보다 많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디지털카메라의 CMOS 이미지 센서나 메모리폼이 대표적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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