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 사람처럼 동료와 힘든 경험을 공유하면서 유대관계를 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트레스가 동물과 무리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면 서식지 파괴나 자연재해 등에 직면한 동물이 어떻게 적응하고 회복하는지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는 8일 국제 학술지 'Biology Letters'에 소개된 논문에서 양은 동료와 술잔을 기울이며 회사 험담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직장인들처럼 트라우마를 무리와 어울려 공유한다고 전했다.

CSIRO 연구팀은 우울감이나 스트레스에 민감한 양의 감정 공유를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기획했다. 면양의 하나인 메리노 암컷 중 임신하지 않은 생후 3~6년 지난 개체 70마리를 골라 축사에 분산했다.

이후 연구팀은 무리에서 양 2마리씩 총 10마리를 무작위로 뽑았다. 이들을 다시 5마리씩 A, B 두 그룹으로 나누고 A 그룹은 짐 운반과 신체 구속, 개에게 쫓기는 상황을 반복해 스트레스를 줬다. B 그룹은 평소대로 풀을 뜯고 마음대로 지내게 했다.

양도 힘들면 같은 처지의 동료들과 어울려 스트레스를 푸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pixabay>

하루 종일 테스트를 받은 양 10마리는 저녁 무렵 추적장치를 부착한 채 축사로 돌아갔다. 이후 행동을 관찰한 결과, 스트레스를 받은 양들은 처음에는 축사 동료들과 어울리다 점차 온종일 시달린 동료들과 꼭 붙어있었다.

연구팀은 양이 스트레스를 다른 개체와 공유하는 방법으로 스트레스의 장기적 악영향을 피하는 것으로 추측했다. 사람도 쌓인 스트레스를 제때 풀지 못하면 병을 얻듯, 동물도 이런 메커니즘을 알고 있다는 게 연구팀 이야기다.

조사 관계자는 "이는 어려움을 함께 이겨낸 사람끼리 우정이 싹트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감정이 풍부하고 무리를 중시하는 양은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함께 받은 개체와 빠르게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실험은 동물 간 관계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힌트가 될 수 있다"며 "큰일을 당했을 때 다른 양을 옆에 붙여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등 양 사육에 응용할 수 있고, 동물의 심리 연구에도 참고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직장인들이 회사 뒷담화를 하며 동료들과 술잔일 기울이듯, 동물들도 다른 개체들과 어울려 스트레스를 푼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양은 일평생 무리를 지어 사는 동물이다. 집단을 정상으로 유지하는 데 있어 고도화된 시스템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개체 간 유대감이 워낙 강해 동물의 집단 심리 연구에 자주 동원된다.

지난해 프랑스 연구팀은 무리 지어 사는 양들이 리더를 정기적으로 바꿔 집단지성을 획득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 주목받았다. 같은 해 9월에는 미국 동물원 우리에 10년간 홀로 방치돼 심신이 망가진 양 헉슬리의 사연이 눈길을 끌었다. 동물보호단체는 동료와 유대감이 가장 중요한 양을 동물원이 학대했다고 비판했다.

CSIRO 연구팀은 향후 양들이 고통이 아닌 즐겁고 행복한 상황에서 느낀 감정도 다른 개체들과 공유하는지 알아볼 계획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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