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의 탁란이 아종을 야기하는 이유는 속임수를 쓰는 쪽과 당하는 쪽 모두 전술을 발전시키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뻐꾸기와 두견이 등 조류나 일부 어류, 곤충류에서 관찰되는 탁란은 다른 개체의 집에 몰래 알을 낳고 대신 키우게 하는 독특한 습성이다.

호주 국립대학교(ANU) 야생동물학자 나오미 랭모어 박사 연구팀은 6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뻐꾸기와 양부모 사이의 치열한 진화 경쟁이 여러 아종을 만들어 왔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탁란으로 인한 아종 발생의 원인을 다년간 조사했다. 일반적으로 생물은 여러 가지 이유로 유전적 형질이 변화하는데, 탁란의 경우 야비한 수를 쓰는 쪽과 이용당하는 쪽의 생존전략 때문에 발생한다고 연구팀은 추측했다.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뻐꾸기 등 탁란 조류의 최신 진화 모델을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어미의 탁란으로 태어난 새끼가 양부모의 새끼와 공존하는 경우 아종 또는 신종 탄생이 어렵고, 그렇지 않은 경우 분기가 활발한 것을 알아냈다.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 탁락 습성으로 잘 알려진 뻐꾸기 <사진=pixabay>

나오미 박사는 "탁란에 당하는 새들의 생존전략 발달과 이에 대응한 뻐꾸기의 전략 변경 등 치열한 상호작용이 다양한 종을 만드는 원동력이었다"며 "뻐꾸기 새끼는 양부모 새끼와 똑같이 형체를 바꾸는데, 양부모 역시 이를 구분하는 능력을 키우면서 아종이 탄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호주에 서식하는 브론즈 뻐꾸기의 추적 관찰도 실시했다. 이 새들은 명금류 둥지에 알을 낳고 도망가는데, 알은 부화와 동시에 원래 새끼를 쫓아내고 둥지를 차지한다. 때문에 어미 새는 새끼를 모두 잃을 뿐만 아니라 뻐꾸기를 대신 키우는데 몇 주를 허비한다.

나오미 박사는 "뻐꾸기는 결국 어미 새의 약 2배 크기로 성장하고, 이용당하는 새는 그만큼 큰 부담이 된다"며 "명금류들은 이를 기억하고 가짜 새끼를 구분하는 눈을 진화시켰다"고 전했다.

왼쪽이 브론즈 뻐꾸기, 오른쪽이 탁란 피해를 입는 다른 새의 새끼들. 뻐꾸기는 살아남기 위해 형체를 바꿔 진화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나오미 랭모어>

박사는 "탁란 확률이 떨어지자 뻐꾸기 새끼도 점점 연기력을 연마했다. 또한 양부모가 되는 새의 새끼를 꼭 닮도록 아종으로 끊임없이 분기했다"며 "브론즈 뻐꾸기의 생존 의지가 만들어낸 아종들은 피해 새끼들과 상당히 흡사했다"고 놀라워했다. 

연구팀의 주장은 비파괴적인 방법으로 뻐꾸기 알에서 DNA를 수집한 실험에서도 사실로 확인됐다. 나오미 박사에 따르면, 뻐꾸기 탁란에 입은 양부모 새의 피해가 클수록 이들의 새끼가 분기해 신종이 태어날 가능성 역시 커졌다.

학계는 이번 연구가 두 개체가 싸우듯 진화하는 양상을 잘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탁란뿐만 아니라 기생충과 숙주, 포식자와 사냥감 등의 관계 역시 진화를 야기하는 만큼 관련 조사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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