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한 동물로 유명한 까마귀는 어떤 도구가 편리한지 파악할 뿐 아니라 철저한 관리까지 한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 결과 밝혀졌다.

독일 막스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와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학교는 최신 논문에서 일부 까마귀가 편리한 도구를 취할 뿐 아니라 마음에 드는 것은 잃어버리지 않도록 신경 쓴다고 발표했다.

공동 연구팀은 영장류에 필적하는 지능을 가진 까마귀가 도구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기획했다. 뉴칼레도니아에 서식하는 칼레도니아 까마귀(New Caledonian crow)를 관찰 대상으로 삼고 까마귀의 생태를 들여다봤다.

연구팀은 칼레도니아 까마귀가 부리로 잔가지를 물고 나무 구멍에 숨어 있는 박각시나방 유충을 '낚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구멍에 잔가지를 넣고 기다리던 까마귀는 유충이 가지 끝에 달라붙자 순식간에 가지를 뽑아내 낚시하듯 유충을 포획했다.

도구를 이용할 정도로 지능이 높은 까마귀. 최신 연구에서는 그 도구를 소중히 다룬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사진=pixabay>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칼레도니아 까마귀는 길고 가느다란 식물을 가공해 끝부분을 고리처럼 만든 도구를 유충 사냥에 동원했다. 끝이 살짝 구부러진 도구가 유충을 훨씬 더 잘 낚아올린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고리가 달린 도구는 보통 잔가지보다 10배가량 사냥감을 효과적으로 꺼내준다"며 "까마귀는 일단 만든 도구를 계속 업그레이드해 사냥에 활용할 줄 안다"고 설명했다.

말이 쉽지 동물의 세계에서 도구를 사용하는 건 아주 까다로운 일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까마귀가 훅(hook)이 달린 도구를 만들려면 희귀한 식물을 정성껏 가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이런 편리한 도구가 망가지거나 없어지면 다시 만드는 데 꽤 힘이 든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여러 도구를 만드는 동물로 이미 유명한 까마귀가 유용한 애벌레 낚싯대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칼레도니아 까마귀 일부는 낚아올린 미끼를 먹을 때 모처럼 얻은 도구를 떨어뜨리거나 다른 개체에 도둑맞았다.

애벌레를 잡아먹기 위해 끝이 구부러진 잔가지를 사용하는 칼레도니아 까마귀 <사진=James St Clair>

연구팀 관계자는 "이를 경험한 칼레도니아 까마귀는 편리한 도구를 잃지 않기 위해 작은 구멍이나 나무껍질 사이에 단단히 끼워 고정했다"며 "자신만의 소중한 낚싯대를 안전하게 보관하려는 것이 분명히 관찰됐다"고 전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우리는 까마귀가 도구의 '상대적 가치'를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연구는 동물이 도구의 종류나 쓰임에 따라 관리를 달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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