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겨에서 얻는 세균이 숙취를 완화한다는 연구 결과가 유럽에서 나왔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전통 발효식품 메주와 낫토를 발효할 때 쓰는 친숙한 세균이어서 관심이 쏠렸다. 

스웨덴 제약사 ‘DeFair Medical’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Nutrition and Metabolic Insights’에 논문을 내고 쌀겨에서 얻은 두 세균이 장내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과가 입증됐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미생물을 장까지 옮겨 알코올을 분해하는 방식의 숙취 해소제를 개발하던 중 이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알코올이 사람의 장에서 주로 분해되는데, 이를 촉진하는 세균이 있다면 숙취 해소가 한층 빨라지리라는 가설에서 여러 세균을 분석했다.

회사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발효한 쌀겨에서 얻는 고초균과 유포자성 유산균(바실러스코아귤런스)이다. 그람 양성 막대 모양의 간균인 고초균은 쌀겨와 볏짚에 서식하며 메주나 낫토 같은 발효음식을 만들 때 사용된다. 유포자성 유산균은 장에서 활성화되는 유익균 중 하나다.

메주를 쑤거나 낫또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고초균이 알코올을 분해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두 세균은 위산으로부터 보호를 캡슐에 담긴 채 실험에 동원됐다. 연구팀은 젊고 건강한 백인 성인 24명에 7일간 세균 캡슐 또는 위약을 각각 먹게 한 뒤 체중에 따라 50~90㎖의 알코올을 섭취하도록 했다. 이후 2시간 동안 혈중 알코올 농도를 검사했다.

그 결과 고초균과 유포자성 유산균을 섭취한 사람은 위약을 복용한 경우와 달리 60분 만에 혈중 알코올 농도의 70%가 낮아졌다. 회사 관계자는 “산술적으로 알코올 도수 40%의 술을 50㎖ 마셨더라도 15㎖밖에 마시지 않은 것과 같은 셈”이라고 전했다.

과음이 숙취를 부르는 것은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독성물질 때문이다. 음주를 하면 술에 포함된 알코올이 위와 장을 통해 흡수되고 혈액을 타고 간으로 이동한다. 간세포 속에 든 알코올 탈수효소(ADH)가 알코올을 분해하면서 아세트알데히드가 만들어지는데 이는 다시 아세트알데히드 분해효소(ALDH)에 의해 최종적으로 아세트산과 물이 되고 배설된다.

기분 좋게 시작한 술이라도 과하면 끔찍한 숙취가 찾아온다. <사진=pixabay>

즉 술을 마시고 메스꺼움이나 두통이 찾아오는 것은 이 아세트알데히드가 제대로 분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사 연구팀은 아세트알데히드 분해를 가속하는 세균을 특정하기 위한 실험을 거듭한 끝에 고초균과 유포자성 유산균을 특정했다.

회사는 두 세균을 결합한 숙취해소제까지 내놓았다. 다만 신약의 효과는 한정적이며 개인차가 있다는 입장이다. 숙취로 인한 메스꺼움과 머리가 깨지는 두통을 보다 빨리 진정시키려면 약도 좋지만 개개인에 맞는 술의 적당량을 지키라고 권고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알코올을 분해하는 능력이 사람마다 차이가 있고 신약은 술을 마시기 일주일 전 매일 복용해야 하는 등 단점이 있다”며 “건강한 백인 소수만 참여했고 성별이나 질병 유무 등을 고려하지 않는 등 실험이 한정적이어서 향후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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