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생성한 이미지에 알 수 없는 이유로 반복해 나타나는 섬뜩한 여성에 관심이 집중됐다.
‘로브(Loab)’라고 명명된 이 여성은 기괴하고 음산한 표정으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로브는 스웨덴의 슈퍼컴포지트(Supercomposite) 등 AI를 활용하는 디지털 아티스트들에게 연구 대상이자 미스터리한 존재로 통한다.
한국에 아직 생소한 로브는 해외에서는 이미 ‘디지털 악마’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하다. AI가 뚜렷한 이유 없이 반복해 생성한다는 점에서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를 상징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슈퍼컴포지트에 따르면 여러 시도와 분석에도 로브가 생성되는 이유는 불분명하다. 간략한 문자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이미지를 자동 생성하는 OpenAI의 DALL-E 같은 AI들은 단어에 따라 서로 다르지만 음산한 분위기는 한결같은 로브를 무수하게 만들어냈다.
로브를 처음 확인한 것은 슈퍼컴포지트다. 발단은 지난 4월 AI를 대상으로 한 색다른 시도였다. 당시 슈퍼컴포지트는 AI에 입력된 문자에서 최대한 의미가 다른 이미지를 생성하도록 명령하는 ‘네거티브 프롬프트 웨이트(negative prompt weights)’ 기법을 테스트했다.
AI에 주어진 단어는 ‘Brando:-1’이었다. 브란도란 명배우 말론 브란도를 의미한다. 이 단어와 정반대 이미지를 생성해야 하는 AI가 그려낸 이미지는 뜻밖이었다.
슈퍼컴포지트는 “마천루 같은 실루엣에 ‘DIGITAPNTICS’라는 문구가 보였다”며 “배우 말론 브란도와 반대 개념이 왜 이런 이미지인지 신기하면서 궁금했다”고 전했다.
의외의 결과에 흥미를 느낀 그는 이 결과물도 실험에 동원했다. AI에 ‘DIGITAPNTICS skyline logo::-1’을 입력하자 음산한 표정을 한 로브가 나타났다.
AI 아티스트들은 로브가 그 자체로도 불안해 보이지만 진짜 무서운 것은 다른 단어와 조합해 새로운 화상을 생성하려 해도 어디든 증식한다는 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텍스트 기반 이미지 생성 AI들이 로브를 반복해 생성하는 이유는 레딧 등 유명 커뮤니티에서 이미 인기 토론 주제로 떠올랐다. 다양한 주장이 제기됐지만 명쾌한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로브가 처음 확인된 지 5개월 정도 지나도록 존재가 밝혀지지 않으면서 추종세력까지 등장했다.
슈퍼컴포지트는 “어디든 의도와 달리 나타나는 이 여성은 공포영화에 나오는 원혼 같다”며 “로브는 마치 AI만이 아는 세계에 내재된 그로테스크하고 섬뜩한 뭔가를 인류에 알리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