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북극권에 기묘한 지형이 출현해 학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다각형 지면(polygonal ground)'으로 불리는 이런 지형이 영구 동토의 융해에 속도를 붙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학교 션 차트랜드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14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북극권에 나타난 다각형 지면의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촬영이 이뤄진 곳은 캐나다 북극권 액슬하이버그섬 머스크옥스 계곡이다.
연구팀은 2019년 여름 실시한 현지 조사 정보와 항공사진, 미 항공우주국(NASA)의 위성 아이스샛2(ICESat-2)이 찍은 최근의 머스크옥스 사진을 각각 대조했다. 이를 통해 1959년 이후 60년간 지형 변화를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현재 나타난 다각형 지면은 10년 이상 빠른 속도로 확산 중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연구팀에 따르면, 약 8㎞에 달하는 머스크옥스 계곡의 다각형 지면은 기후변화로 영구 동토가 융해와 동결을 반복하면서 형성됐다. 이런 지형은 이미 기후학자들이 예상한 바 있지만, 현지 조사를 비롯한 여러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팀은 그 형성 속도가 훨씬 빠른 점에 주목했다.
션 차트랜드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한 북극권의 변화는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다각형 지면의 빠른 확산은 새롭게 부상한 불확실성으로, 인류가 분명히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온난화의 영향으로 전 세계는 점점 더워지고 있고, 특히 심각한 것이 북극권"이라며 "이 지역의 평균 기온은 다른 지역보다 3배 이상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향후 다각형 지면은 빠르고 넓게 확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각형 지면은 영구 동토가 반복적으로 융해·동결하면서 윤곽이 거북이 등껍질 같은 다각형을 띤다. 머스크옥스 계곡의 경우 수십 년 사이에 생긴 다른 지역의 다각형 지면에 비해 형성 속도가 훨씬 빠르다.
션 차트랜드 교수는 "다각형 지면이 형성되면 새로운 수로가 생기면서 영구 동토의 침식이나 융해를 가속시킨다"며 "땅에 갇혀 있던 방대한 양의 온실가스가 방출되면서 지구 전체의 온난화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