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키는 연골 발달과 관련된 유전자의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키와 유전자의 연관성은 오래전 밝혀진 사실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키 유전자인지는 완전히 이해되지 않았다.

미국 보스턴아동병원과 하버드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17일 발표한 논문에서 사람의 키는 성장판으로 불리는 연골의 유전자에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지난 14일 국제 학술지 'Cell Genomics'에도 소개됐다.

성장판이란 인체의 모든 뼈 양쪽 끝부분에 자리한 연골조직이다. 일반적으로 성장판 하면 사람의 키와 연관된 다리뼈 연골조직을 가리킨다. 성장판은 새로 연골세포를 만들고 이를 골세포로 바꿈으로써 조금씩 뼈를 늘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평균 신장의 일반인(175㎝)과 중국 농구 스타 야오밍(228.6㎝)의 비교도 <사진=World Data 3D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TALLEST people in the WORLD comparison' 캡처>

연구팀은 키가 자라는 구체적인 과정을 규명하기 위해 생쥐의 연골 유전자를 분석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활용해 생쥐 연골세포에서 유전자들을 하나씩 제거했다. 이 과정에서 연골세포의 성장에 변화가 생긴다면 해당 유전자가 키를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쥐의 연골세포가 줄잡아 6억 개라는 사실. 그럼에도 연구팀은 끈기를 갖고 조사를 진행했고, 뼈 성장에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유전자 145개를 추려냈다. 연구팀은 이 유전자들이 쥐의 성장판 활동 및 뼈 형성에 필수적이라고 결론 내렸다.

연구팀은 어렵게 알아낸 생쥐의 키 유전자를 인간의 전장 유전체 관련 분석(Genome-wide association study, GWAS) 데이터와 비교했다. GWAS란 많은 사람의 유전 정보를 조사해 공통된 유전자 변이를 찾는 작업이다. 그 결과, 쥐의 유전자 145개는 키와 관련된 것으로 여겨져온 인간의 일부 유전자와 거의 정보가 일치했다.

부모라면 누구나 성장기 자녀가 제대로 키가 크기를 바란다. <사진=pixabay>

실험 관계자는 "쥐 연골세포를 성장시키는 유전자는 인간의 키 유전자로 생각되던 유전자와 대부분 맞아떨어졌다"며 "키 성장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쥐나 사람이나 거의 비슷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의 키 유전자를 명확하게 찾으려면 쥐 유전자 분석만으로는 부족하다. GWAS로 키와 유전자의 인과관계까지 100% 규명할 수는 없다"면서도 "이번 연구는 사람의 신장 발달에 개입하는 유전자를 특정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향후 호르몬이 연골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 이번에 확인된 쥐의 유전자 145개의 구체적 기능을 분석할 계획이다. 언젠가 인간의 성장판 구조가 완벽하게 밝혀진다면, 골형성부전증 등 뼈 질환과 싸우는 사람들을 치료할 길이 열릴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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