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미자(neutrino)'는 약력과 중력에만 반응하는 질량이 0에 가까운 원자의 기본 입자다. 전하를 띠지 않는다는 의미의 중성(neutro)과 작은 것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접미사(ino)의 합성어다. 양성자(proton)와 함께 원자핵을 이루는 '중성자(neutron)'와는 다른 존재다.

중성미자는 방사성 물질의 붕괴나 태양 같은 별 내부의 핵융합 등으로 분출되며 초기 우주 빅뱅 과정의 부산물로도 여겨진다.

이런 속성 때문에 중성미자는 우주 내에서 가장 포착하기 어려운 존재로 알려져 있다. 이를 관측하기 위한 중성미자 탐지기도 지구상 몇 개에 불과하다. 별 표면에서 나온 빛과 전파를 탐지하는 광학망원경이나 전파망원경과는 달리 중성미자 망원경은 지구에 도착한 중성미자를 발견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물질을 조사해야 하며 빛이나 다른 전파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 호수나 광산 깊숙한 곳에 위치하는 게 일반적이다.

1950년대 처음 발견된 중성미자는 아직도 논란이 계속되는 우주의 미스터리 중 하나다. 중성미자 연구로 노벨물리학상이 수여된 것이 무려 네 차례나 될 정도다. 매년 12​​개 정도의 중성미자가 탐지되지만, 우주로부터 날아온 것은 이제까지 단 한 개뿐이다.

이번에 새 연구로 밝혀진 두 번째 우주 발생 중성미자는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며 붕괴된 별에서 발견됐다. 이는 7억5000만 광년 떨어진 은하에서 일어났으며, 남극 아래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중성미자 탐지기 아이스큐브(IceCube)가 포착했다.

이스라엘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츠비 피란 박사에 따르면, 별이 블랙홀 근처에서 빨려 들어가며 이벤트 호라이즌(event horizon, 사건의 지평선)을 통과하는 순간 국수가락처럼 늘어나며 파괴된다. 이 과정에서 강렬한 빛이 발생하고 일부 물질은 외부로 빠르게 흩어지며 고에너지 중성미자(high-energy neutrinos)와 우주에서 가장 높은 에너지 입자인 '초고 에너지 우주선(UECR, Ultrahigh Energy Cosmic Rays)'을 발생시킨다. 이 과정을 '조석교란 현상(TDE, Tidal Disruption Event)'이라고 부른다.

이런 충돌은 사실상 드물고 우주를 가로질러 지구까지 도착한 물질도 희귀해 과학자들은 이를 감지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물질을 스캔해야 한다. 아이스큐브는 주변의 1㎦ 부피의 남극 얼음을 사용한다. 각 탐지기에 잡힌 빛의 도착 시간과 밝기를 통해 중성미자의 출처가 어디인지 계산할 수 있다.

조석교란의 상상 이미지 <사진=SciTech Daily 유튜브 공식채널 영상 'Tidal Disruption Event: Black Hole Shreds Star' 캡처>

2017년 아이스큐브에 탐지된 최초의 외계 중성미자는 블레이자(blazar)로 알려진 은하에서 온 것으로 밝혀졌다. 블레이자 역시 초대질량 블랙홀을 포함하고 있었고, 조석교란으로 '제트(jet)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제트 현상이란 별에서 흡수된 물질이 블랙홀 주변을 도는 원반을 구성하면서 강력한 X선과 가시광선을 내뿜고, 이 원반의 양극에서 빛에 가까운 속도로 물질을 방출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2019년 10월 1일, 탐지기가 심우주에서 온 두 번째 중성미자를 발견했다. 아이스큐브 연구팀은 중성미자가 날아온 방향에 대한 정보를 천문학자들에게 전했고,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 연구팀은 팔로마천문대의 광역 천체 관측 장비 ZTF(Zwicky Transient Facility)를 통한 추적 끝에 그 출처가 7억5000만 광년 떨어진 은하의 조석교란이었다는 것을 밝혀냈다. 

블랙홀의 상상 이미지 <사진=SciTech Daily 유튜브 공식채널 영상 'Tidal Disruption Event: Black Hole Shreds Star' 캡처>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천문학 학술지 네이처 아스트로노미(Nature Astronomy)에 최근 발표됐다. 연구를 이끈 독일 DESY 입자물리학연구소 로버트 스테인 박사는 "조석교란이 중성미자 발생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모두들 깜짝 놀라 어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아이스큐브의 포인팅 능력이 좋지 않기 때문에 이번 중성미자와 블랙홀 위치가 일치한 것은 우연일 수 있음을 인정한다"며 "후속 발견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발견에 대해 피란 박사는 "상기한 두 개의 중성미자를 통해 블랙홀과 파괴되는 별, 조석교란 현상은 심우주에서 날아온 중성미자의 주요한 출처로 떠오르고 있다"며 "또한 이 현상은 양성자와 같은 입자가 우주를 가로질러 매일 지구 대기에 부딪히는 초고 에너지 우주선(UECR)의 근원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성미자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양성자를 높은 에너지 상태로 가속시켜야 하기 때문에, 조석교란은 초고 에너지 우주선의 근거도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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