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발생한 구소련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의 영향으로 검은 개구리가 다량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물학자들은 원래 녹색인 개구리가 살아남기 위해 적응진화 과정을 거쳤다고 판단했다.

스페인 오비에도대학교 연구팀은 지난달 30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논문에서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 지역에서 검은 나무개구리(Eastern tree frog, 학명 Hyla orientalis)들이 번식 중이라고 전했다.

연구팀은 원래 청개구리의 일종으로 밝은 녹색을 띠는 나무개구리들이 방사선 피폭 지역에서 생존하기 위해 검은색으로 적응진화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방사선 피폭에 살아남기 위해 원래의 밝은 녹색(오른쪽)을 버리고 검은색으로 적응진화한 나무개구리 <사진=오비에도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2016년부터 체르노빌 지역 생태계를 조사해온 연구팀은 다양한 생물이 급격히 변화한 환경에 목숨을 잃었지만 살아남은 일부는 적응을 위해 꾸준히 진화한 점을 확인했다. 사고 40여 년이 지난 현재 체르노빌은 더디지만 녹음이 뒤덮인 정상적인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다. 인간이 사라지면서 일부 멸종 위기종도 발견될 정도로 유럽 최대의 자연보호구역으로 바뀌었다.

연구팀은 폭발로 크게 손상된 4번 원자로 바로 옆에서 검은 나무개구리가 발견된 점에 주목했다. 외형은 아무리 봐도 나무개구리인데 색이 까만 점에서 이들이 자손을 남기기 위해 선택 진화한 것으로 추측했다. 

조사에 참여한 오비에도대학교 파블로 부라코 교수는 “대부분 생물의 검은색은 멜라닌 색소에 의한 것으로, 자외선이나 방사선 에너지를 흡수·발산해 세포를 지킨다”며 “멜라닌은 세포 내 이온화된 분자(활성산소 등)를 제거해 방사선에 의한 세포 손상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사선 피폭 정도에 따른 적응진화의 정도에 따라 나무개구리의 색상 변화에서 차이가 나타났다. <사진=오비에도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에 따르면 체르노빌 원전 폭발 현장 중에서도 4번 원자로처럼 방사선 피폭이 심한 구역일수록 개구리의 검은색이 진했다. 파블로 교수는 “지난 2017~2019년 피폭 영향권이던 우크라이나 북부 12곳을 대상으로 200마리 넘는 나무개구리를 조사한 결과, 출입 금지구역에 가까운 개체들은 검은색 농도가 다른 지역 개구리보다 훨씬 높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결과는 방사선의 영향으로 급격히 선택 진화가 진행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생각했다. 이런 연구는 방사선에 오염된 환경에서 멜라닌이 수행하는 보호 기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의미를 부여했다.

파블로 교수는 “체르노빌의 검은 개구리는 생물학은 물론 핵폐기물을 다루는 위험한 현장이나 우주탐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체르노빌의 매력적인 생태계를 조사하기 위해 많은 연구자들이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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