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는 수십 년 걸리는 수목의 개화 시간을 불과 몇 개월로 줄이는 방법이 개발됐다. 식물학자들은 수목 연구의 새로운 장이 열릴 정도의 대발견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 조지아대학교 연구팀은 16일 국제 학술지 ‘New Phytologist’에 게재된 논문에서 수목 개화를 단축시키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소개했다.

연구팀은 유전자를 편집해 일반적으로 10년 가까이 걸리는 포플러의 개화를 불과 몇 달로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새로운 방법은 수목의 품종 개량을 위해 고안됐다. 수목 품종 개량을 위해서는 개화 연구가 필수인데, 워낙 시간이 많이 걸리다 보니 학자들로서는 원래 종의 변화를 확인하기까지 몇 년, 길게는 수십 년을 소비해야 했다.

나무의 개화까지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유전자 편집 기술이 개발됐다. <사진=pixabay>

연구팀이 선을 보인 기술의 핵심은 유전자 편집을 통한 수목의 암수 변환이다. 수목은 동물과 마찬가지로 암수 구분이 있으며, 그 대부분이 ‘자웅이주’ 또는 ‘자웅동주’로 나뉜다.

‘자웅이주’란 종자식물에서 암수 생식기관이나 생식세포가 다른 개체에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 ‘자웅동주’는 수술만 가진 수꽃과 암술만 가진 암꽃이 같은 그루에 생성되는 것을 말한다.

암수가 그루마다 완전히 갈라지는 ‘자웅이주’ 수목은 각각 암꽃과 수꽃을 피우고 함께 심으면 열매가 달린다. 이번 실험 대상이 된 포플러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자웅동주’ 수목은 암꽃과 수꽃을 같이 피우기 때문에 나무 하나로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연구팀은 과거 연구에서 밝혀진 포플러의 성결정 정보를 응용,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CRISPR)를 통해 포플러 암컷의 성전환 유전자를 편집했다. 이를 통해 포플러의 기나긴 생식 주기가 무시되는지 살폈다.

포플러 나무의 꽃과 함께 만들어지는 솜털은 일부 사람들의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사진=pixabay>

실험 관계자는 “포플러는 꽃이 피기까지 보통 7~10년이 걸리지만 유전자를 편집한 포플러는 단 몇 달 만에 수컷 성전환에 성공했다”며 “이 영향으로 불과 몇 주 안에 포플러가 개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방법은 수목 연구에 있어 엄청난 게임 체인저가 될지 모른다”며 “작물과 달리 수목 연구는 수십 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리지만 나무의 개화 속도를 높이면 해당 수목의 특징을 빨리 알아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유전자 편집을 통해 춥고 건조한 악조건에서도 잘 자라는 나무를 만들 수 있다고 기대했다. 게다가 이번 연구 과정에서 유전자 편집을 통해 포플러 특유의 솜털이 줄어드는 것이 확인된 만큼 알레르기 등을 유발하지 않는 개량종 제작 역시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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