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공우주국(NASA)이 32억 달러(약 4조2000억원)를 들여 개발 중인 낸시 그레이스 로만 망원경(로만망원경)이 발사를 4년 앞두면서 떠돌이 행성 관측에 관심이 쏠렸다.

NASA는 4일 공식 SNS를 통해 로만망원경의 개발이 순조로우며, 예정된 발사 일정인 2027년을 맞출 가능성이 현재 충분하다고 전했다.

2018년 타계한 전직 NASA 천문학자 낸시 그레이스 로만의 이름을 딴 로만망원경은 머나먼 은하와 외계행성 관측에 최적화된 장비로 평가받는다. 특히 NASA는 지난달 19일 보고서에서 로만망원경이 지구와 비슷한 규모의 떠돌이 행성 약 400개를 잡아낼 것으로 전망했다.

아티스트가 그린 지구 질량의 떠돌이 행성 상상도 <사진=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공식 홈페이지>

떠돌이 행성은 항성 주위를 공전하지 않고 자유롭게 우주 공간을 떠다니는 천체를 말한다. 공전축이 은하 중심인 떠돌이 행성을 9년간 연구한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선임연구원 데이비드 베넷이 이끄는 연구팀은 최신 보고서에서 우리은하에 수조 개에 달하는 떠돌이 행성이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연구팀은 우리은하 내의 떠돌이 행성 대부분이 지구와 질량이 비슷한 수준이라고 예상했다.

천문학자들이 떠돌이 행성에 주목하는 것은 이 천체가 우주의 진화 연구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떠돌이 행성은 주성이 속한 천체의 중력에 묶여 있다 떨어져 나오거나 애초 성간 구름에서 항성이나 갈색왜성처럼 홀로 태어나는 것으로 추측된다.

즉 떠돌이 행성의 탄생과 성장을 이해하면 은하의 진화에도 한걸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 천문학계 중론이다. 참고로 지금까지 발견된 떠돌이 행성 중 지구와 가장 가까운 것은 약 100광년 밖에 떨어져 있다.

허블우주망원경(오른쪽)과 로만망원경의 관측 영역 비교도 <사진=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공식 홈페이지>

로만망원경의 주경은 1990년 발사된 허블우주망원경과 같은 지름 2.4m다. 다만 여기 탑재되는 광시야 근적외선 카메라 WFI(Wide Field Instrument)는 허블우주망원경의 100배에 달하는 시야각을 가지며, 3억 화소급 최신형 촬상소자를 갖췄다.

덕분에 로만망원경은 시야가 허블우주망원경의 100배나 되며, 은하를 허블우주망원경 대비 1000배 빨리 매핑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우주에서 형성되거나 항성계에서 쫓겨난 떠돌이 행성 같은 쉽게 관측하기 어려운 천체를 보다 효과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기대된다.

NASA는 로만망원경이 다른 우주망원경과 비교해 떠돌이 위성에 대한 감도가 10배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초정밀·광시야 관측에 특화된 로만망원경은 아주 작은 천체 뒤에 자리한 항성의 빛이 천체의 중력에 왜곡되고 확대되는 중력 렌즈 효과를 보다 확실하게 포착해낼 것으로 평가된다. 

2027년 5월 발사가 예정된 로만망원경 <사진=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공식 홈페이지>

중력 렌즈는 천체의 막대한 질량에 의해 시공간이 뒤틀려 맞은편 천체에서 나온 빛의 진행 방향이 일그러지는 현상이다. 별의 질량이 태양의 100만 배 이상이면 일반 중력 렌즈, 100만 배보다 작고 1만 분의 1보다 크면 마이크로 중력 렌즈라고 한다.

중력 렌즈 효과는 엄청나게 먼 외계행성을 찾아내는 방법이지만 수백만 년에 한 번 짧게 지나가는 데다 성능이 어지간히 뛰어난 장비가 아니면 포착하기 어렵다. 

NASA의 떠돌이 행성 연구에 참여한 일본 오사카대학교 스미 타카히로 교수는 "중력 렌즈는 원래 질량이 작은 떠돌이 행성이나 원시 블랙홀 등 천체를 발견하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라며 "아득히 먼 우주를 고감도로 잡아내는 로만망원경을 이용, 지금까지 접하지 못한 천체를 발견하는 과정은 실로 굉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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