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도 사람처럼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대할 때는 겁을 집어먹는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본 게이오대학교 동물심리학자 이자와 에이이치 교수 연구팀은 4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심전계를 장착한 수컷 까마귀들을 동원한 동물행동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까마귀의 생태 조사를 진행하던 연구팀은 수컷끼리 대면할 경우 일부 개체의 신체에 변화가 나타나는 데 주목했다. 심박수가 감소하고 부교감신경 활동이 활발해지는 쪽이 약한 수컷이라고 가정한 연구팀은 소형 심전계를 개조, 수컷 까마귀 12마리에 장착하고 실험에 나섰다.

까마귀는 사람처럼 강한 상대 앞에서는 공포와 압박감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심전계를 부착한 까마귀를 2마리씩 짝지어 일정 시간 대면하게 했다. 서로 우열을 가리게 하고 실험실 내에서 다시 5분간 마주하게 한 뒤 각 개체의 심박수 변화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약한 쪽으로 판명된 까마귀 수컷은 강한 상대와 대면 중 심박수가 떨어지고 부교감신경 활동이 강해졌다. 반면 강한 쪽 수컷의 심박수는 변화가 없었고 교감신경 활동만 다소 활발해졌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이 까마귀도 사람처럼 강한 상대에 부담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이자와 교수는 “자기보다 강한 상대에게 혐오나 공포를 느끼는 것은 사람이나 까마귀나 마찬가지”라며 “상대와 관계성에 따른 신체적 변화가 조류에서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상대와 관계성에 따른 신체적 변화가 조류에게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pixabay>

이어 “까마귀 수컷은 다른 수컷과 대면하면 힘을 과시하는 행동을 통해 우열을 겨루는 경향이 있다”며 “한번 열세가 확인된 수컷은 평생 먹이를 먹는 순위가 뒤처지는 등 까마귀 무리는 인간 사회만큼 냉혹한 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지능이 높고 동료를 개별적으로 인식해 사회적 관계를 맺는 까마귀는 상대와 관계성에서 다양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이자와 교수는 “부교감신경 활동이 강해지면 장기 등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즉 까마귀가 강한 대상에 느꼈을 감정은 무서운 상대 앞에 나섰을 때 사람의 오금이 저리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수는 “심장이 쫄깃해지는 이런 감각은 뇌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동작에 따른 결과물로 보인다”며 “까마귀에서 확인된 이런 변화를 이해하면 동물 감정의 기원과 진화에 대한 지식도 깊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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