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발견된 수수께끼의 구멍들이 장래에 우주비행사의 거주지로 적합한지 알아보는 연구가 활발하다. 화성은 아직 인간이 발을 딛지 못했지만, 달과 더불어 관측 활동이 가장 활발해 유인 탐사를 낙관하는 이들도 적잖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14일 공식 채널을 통해 2022년 화성 정찰 위성(MRO)이 촬영한 아르시아 산 중턱의 구멍에 대한 다각적인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MRO가 찍은 화성 사진들의 분석 과정에서 존재가 드러난 아르시아 산의 구멍은 지름 수 m로 추측된다. 구멍은 하나가 아니라 화성 적도의 타르시스 평원에 자리한 화산군(아스크라이우스, 파보니스, 아르시아 산)의 측면에 여러 개 뚫려 있다.

NASA의 MRO가 촬영한 화성 표면의 구멍 <사진=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공식 홈페이지>

학자들은 이 구멍들이 치명적인 방사선을 막아주는 천연 대피소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이 생각이 맞는다면 언젠가 화성에서 유인 탐사가 이뤄질 때 중요한 거점이 될 수 있다. 더욱이 일부 학자는 이들 구멍이 과거 혹은 현재 화성의 생명체가 존재할 유력한 지역이라고 여긴다.

NASA 관계자는 "이 구멍은 화성의 화산활동을 이해하는 중요한 힌트가 될 것"이라며 "대략 5000만 년 전까지 활동한 것으로 보이는 아르시아 산의 용암류 위에 난 구멍들은 지하에서 서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화성의 지표면에는 지구의 40~50배에 달하는 방사선이 존재한다"며 "화성은 대기가 희박하고 행성 전체를 감싸는 자기장도 없어 지구처럼 우주 방사선을 막지 못하므로 유인 탐사 시 보호 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화성 타르시스 평원에 자리한 알바 화산 부근에 일렬로 분포하는 얕은 구멍들. 소행성 등이 충돌한 크레이터와는 다르다. <사진=NASA JPL 공식 홈페이지>

지하에서 흘러나오는 용암류는 화산이 활동을 멈추면 흐르던 공간이 텅 비게 된다. 이렇게 남겨지는 것이 천연적인 지하 터널인데, 이는 화성은 물론 지구나 달에도 분포한다.

천연 터널들은 천장 두께가 얇을 경우 시간이 지나면 무너지고 긴 도랑 같은 지형으로 변모한다. 이때 좁은 범위로 천장이 무너질 경우 도랑이 아닌 개별적인 작은 구멍이 만들어진다.

NASA 관계자는 "화성 표면의 구멍의 깊이는 현재 정밀 조사가 불가능해 완전히 알 수는 없다"며 "내부에서 큰 동굴로 통하는지, 아니면 그냥 구덩이인지 불확실하지만 태양이 높이 떠오를 때 촬영된 일부에서 벽 같은 구조물이 비친 만큼 지구의 함몰 화구와 비슷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용암튜브로 인해 형성된 것으로 추측되는 달 표면의 수직 구멍(Lunar Vertical Hole). 운석 충돌로 인한 크레이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며, 화성의 구멍들처럼 우주비행사의 은신처로 고려된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이어 "일부 구멍은 수십억 년 전 화성의 지하수를 따라 생성됐다고 생각된다"며 "여러모로 생명체 입장에서 아늑한 환경인 이들 구멍의 정밀 조사는 블레이드 파손으로 비행이 불가능한 인저뉴어티(Ingenuity)의 후속 탐사 장비가 도달하면 급진전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NASA는 2022년에도 달 탐사선 루나 리커니슨스 오비터(LRO)가 발견한 달 표면의 수직 구멍들을 소개했다. 당시에도 NASA는 구멍들을 우주비행사의 전진기지로 활용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NASA는 달 수직 구멍의 활용법에 대한 연구도 현재 진행하고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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