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직후부터 논란이 계속되는 파리올림픽 메달의 변색 원인은 유럽연합(EU)의 화학물질 규제에 대응하지 못한 파리 조폐국으로 결론이 났다.

파리올림픽 메달 불량 이슈는 지난해 12월 28일 프랑스 수영 대표선수이자 동메달리스트 요한 은도예 브루아르(24)가 X에 올린 글로 재점화했다. 브루아르는 올림픽에서 애써 따낸 동메달의 도금이 벗겨지고 녹까지 슬었다며 사진을 곁들였다.

메달의 품질은 이전부터 다른 선수들도 문제 삼았다. 일본 기계체조 남자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타니가와 코우(28) 선수는 틱톡에 사진을 올리고 메달 손상을 언급했다.

덴마크 배드민턴 스타로 2021년 도쿄올림픽과 2024년 파리올림픽 단식을 제패한 빅토르 악셀센(31)은 지난여름 인스타그램에 두 대회 금메달을 나란히 촬영한 영상을 올렸다. 악셀센은 별다른 코멘트는 붙이지 않았지만 팬들은 "파리올림픽 쪽은 동메달 같다"며 부식을 의심했다.

프랑스 수영선수 요한 은도예 브루아르가 X에 올린 메달 사진. 브루아르는 2024년이 아닌 1924년 획득한 메달 같다는 코멘트를 붙였다. <사진=요한 은도예 브루아르 X>

남자 스케이트보드 종목에서 동메달을 딴 미국 나이자 휴스턴(29) 선수도 메달 도금이 땀에 닿아 손상됐다고 대회 기간에 주장했다. 문제가 되자 조직위원회는 메달 교환을 약속했다.

파리올림픽 메달은 변색과 균열, 심지어 녹까지 피어나는 사태로 무려 100개 이상 조직위원회에 반납됐다. 여러 메달이 말썽을 일으킨 원인은 EU의 화학물질 규제에 대체 물질을 찾지 못한 파리 조폐국의 실책으로 드러났다.

에펠탑 디자인이 들어간 파리올림픽 메달은 소재에도 에펠탑 기둥 일부를 사용해 화제가 됐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쇼메(Chaumet)가 디자인을, 제작은 파리 조폐국이 각각 맡았다.  

메달 손상의 근본 원인을 조사해 온 학자들은 EU의 화학물질 규제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메달의 산화를 막아주는 삼산화크롬(chromium trioxide)의 사용이 금지됐다. 삼산화크롬은 2021년 유럽위원회가 부식 방지 등 제품 표면 처리 용도로 사용 승인한 물질이다. 금속 표면에 보호막을 만들어 부식을 막고 외관을 오래 유지한다.

배드민턴 스타 빅토르 악셀센이 SNS에 올린 영상. 왼쪽이 도쿄올림픽, 오른쪽이 파리올림픽 금메달이다. <사진=빅토르 악셀센 인스타그램>

이 삼산화크롬을 메달에 쓰지 못하게 되자 파리 조폐국은 급히 대체 방청기술을 채택했다. 그러나 금속 표면의 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땀과 마찰 등의 영향으로 표면의 보호층이 쉽게 벗겨졌다.

학자들이 내린 결론에 파리 조폐국은 비난에 직면했고 담당자 등 3명이 해임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변질된 메달을 선수가 원할 경우 전량 교환할 방침이다.

메달의 품질 문제는 이전 올림픽에서도 불거졌다. 직전 도쿄올림픽에서 여자 체조 트램펄린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중국 주쉐잉(주설옥, 26)은 2021년 8월 웨이보에 금메달 확대 사진 몇 장을 올리고 코팅이 벗겨졌다고 주장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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