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 문명을 상징하는 여성 파라오 클레오파트라가 사용한 향수를 과학자들이 재현했다. 향수는 달콤하면서도 톡 쏘는 강렬함이 특징이다.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연구팀은 9일 발표한 논문에서 클레오파트라가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마르쿠스 안토니우스 등 걸출한 정복자들을 매혹한 향수의 제조법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고대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최후의 파라오 클레오파트라의 매혹을 완성한 향수를 역사서를 토대로 고증했다. 연구팀은 아름답고 명석한 클레오파트라가 영웅을 휘어잡은 가장 큰 요인은 여성스러움으로, 이를 완성한 것이 향수라고 생각했다.

클레오파트라는 과감한 결단과 용기, 뛰어난 두뇌를 가진 이집트 여왕으로, 특히 치명적인 매력으로 아주 유명하다. <사진=pixabay>

역사서를 보면, 클레오파트라 시대 이집트는 이미 고도의 향수 제조 기술을 갖고 있었다. 클레오파트라의 사후, 그의 전용 향수 제조법을 담은 책도 등장했다. 다만 상형문자로 된 서적들은 오랜 세월이 지나며 점차 사라졌고, 현재 역사학자들이 입수한 문서에는 기름 등 원료는 적혔지만 조합에 대한 설명은 빠졌다. 

연구팀 관계자는 "고대 이집트 향수는 지금처럼 알코올 기반이 아니라 식물성 오일이나 동물성 지방이 기초였다"며 "향기로운 수지, 나무껍질, 허브를 태운 연기에서 추출하거나 수지나 꽃, 허브, 향신료, 나무 등을 액체에 담가 불려 향수를 만들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집트의 오랜 기록 중에는 향수에 대해 모호한 내용도 많은데, '향기 열매 기름'이라는 성분이 대체 무엇인지는 아직도 논란이 계속된다"고 덧붙였다.

고대 이집트는 고도화된 향수 제작 기술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이집트 나일강 동쪽 운하의 고대 도시 드모이스 유적에서 향수 공장 터가 발견되면서 클레오파트라의 향수 제조법을 알아냈다. 드모이스는 고대 이집트 도시 멘데스의 끝자락에 자리했는데, 이곳 향수는 지중해 전역에서 유명했다.

향수병 재료로 쓰인 나일강 점토와 내용물 잔재 등 분자를 형광 X선으로 분석한 연구팀은 가루로 만든 지 얼마 안 된 몰약과 계피 등 매콤한 향을 기반으로 달콤한 향을 합쳐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분 좋은 향을 제조한 것을 알아냈다. 게다가 이 향은 2년 동안 지속될 정도로 강했고, 상인들이 자국으로 가져가는 동안에도 변질되지 않았다.

연구팀 관계자는 "클레오파트라가 사용하던 향수를 재현하는 것은 당시 역사는 물론 왕족의 삶, 나아가 위대한 고대 이집트 여왕의 매력을 탐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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