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남극 부근의 거대한 분화구를 유럽우주국(ESA) 화성 탐사선이 촬영했다. ESA는 이를 통해 화성의 화산과 단층의 분포, 물의 흐름 등 과거 활동 흔적을 알아낼 것으로 기대했다.
ESA는 30일 공식 채널을 통해 화성 탐사선 '마스 익스프레스(Mars Express)'가 촬영한 화성 남극 분화구 '울티미 스코풀리(Ultimi Scopuli)'의 최신 이미지를 공개했다.
'울티미 스코풀리'는 화성 남극의 거대 크레이터다. 사진에는 이 크레이터를 포함한 광활한 지역이 담겼다. 마스 익스프레스는 이 사진을 동체에 장착된 고성능 스테레오 카메라(HRSC)를 사용해 이달 19일 촬영했다.
ESA에 따르면, 당시 화성 남반구는 봄에서 여름으로 바뀌는 시기였기 때문에 얼음 층이 축소되고 있었다. 크레이터의 외륜 및 크레이터를 연결하는 능선의 얼음이 녹으면서 적갈색 지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분화구 주위에서는 어두운 색조를 띤 여러 모래언덕이 얼음 층을 뚫고 나왔다. 이산화탄소가 얼음 층을 뚫고 분출하면서 생긴 반점도 눈에 띈다.
사진 속의 모래언덕은 지구의 야르당(yardang) 지형과 비슷해 흥미롭다. 야르당 지형이란 지표면에 노출된 기반암이 풍식해 형성된다. 전형적인 풍식지형의 일종으로, 중앙아시아에 주로 분포한다.
ESA 관계자는 "화성 남극의 사구는 거센 바람의 방향을 따라 날카롭게 깎아지른 능선을 형성했다"며 "반점들은 과거 화산활동에서 분출된 물질이 원인으로 보이며, 이는 대기가 얇은 화성에서 화산 먼지가 바람에 쉽게 이동하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크레이터를 확대해 보면 마치 나무의 나이테와 같은 무늬가 나타난다"며 "이는 얼음과 미세한 먼지가 번갈아 쌓이면서 생긴 층상 퇴적물로, 크레이터를 연결하는 능선에서도 확인된다"고 덧붙였다.
ESA는 마스 익스프레스가 촬영한 '울티미 스코풀리'의 이미지를 통해 화성의 토양 변화와 층상 퇴적의 과정을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