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가 넘도록 뛰어난 기억력을 유지하는 일명 ‘슈퍼에이저(superager)’들은 뇌 기억 영역의 뉴런이 비슷한 연령대들에 비해 큰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연구팀은 지난달 30일 국제 뇌과학 저널(The Journal of Neuroscience)에 실린 논문에서 80대에도 놀라운 기억력을 발휘하는 슈퍼에이저들의 뇌 관찰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슈퍼에이저들의 뇌 뉴런, 즉 신경세포 네트워크는 20~30대 청년들의 그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은 물론, 기억과 관련된 뉴런 자체가 컸다.
연구팀은 생전 주위로부터 슈퍼에이저로 평가받은 시니어 6명의 뇌를 유족 동의를 얻어 입수했다. 뇌 제공자들의 사망 시 평균 연령은 91세로, 전원이 이전부터 노화나 슈퍼에이저와 관련된 연구에 참여했다.
이들의 뇌를 정밀 촬영한 연구팀은 생전 일반적인 기억력을 가졌던 사람들 두 그룹(평균 연령 89세 및 49세)의 뇌 사진과 비교했다.
그 결과 슈퍼에이저들의 내후각피질(entorhinal cortex) 뉴런은 또래 보통 사람들보다 10%, 40대 숨진 사람들에 비해서도 5%가량 컸다. 후내야라고도 부르는 내후각피질은 기억에 관계되는 뇌 영역으로 피질과 해마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대부분이 이곳을 경유한다.
조사 관계자는 “뉴런의 크기와 기억력 사이의 정확한 연관성은 아직 의학계가 밝혀내지 못했다”면서도 “이번 결과는 내후각피질 영역의 뉴런이 큰 것이 80세 넘게 뛰어난 기억력을 발휘하는 비결임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에서 슈퍼에이저의 뇌내 뉴런의 신경원섬유(축색돌기와 수상돌기의 길이를 따라 배열되며, 세포체에서 그물처럼 퍼지는 매우 가는 섬유) 변화가 적은 점도 발견했다. 신경원섬유 변화는 타우 단백질 축적으로 야기되며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조사 관계자는 “슈퍼에이저의 수는 전체 인구 대비 매우 적어 이들의 뇌를 연구할 기회 역시 많지 않다”며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슈퍼에이저의 뇌가 보통 사람과 여러 부분에서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새로운 증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