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어 시클리드의 어미가 새끼를 잡아먹는 원인은 일종의 ‘육아 스트레스’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동물이 스트레스 때문에 서로를 먹어치우는 동족포식은 이미 알려졌지만 대부분 어미를 대상으로 한 모체포식이라는 점에서 이번 연구 결과에 시선이 쏠렸다. 

미국 미시간대학교 연구팀은 9일 국제 학술지 ‘Biology Letter’에 소개된 논문에서 육아 스트레스가 심한 시클리드 어미일수록 입안의 새끼를 많이 잡아먹는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천적을 피해 구강포란(mouthbrooding)을 하는 시클리드 어미가 간혹 새끼를 삼키는 현상에 주목했다. 어미가 새끼를 의도적으로 먹는다고 의심한 연구팀은 그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관찰에 나섰다.

시클리드 종류의 어미들은 치어 상태의 새끼를 약 2주간 입에 넣고 키운다. <사진=pixabay>

대상이 된 어종은 아프리카 중앙부에 서식하는 시클리드의 일종 ‘아스타토틸라피아 부르토니(Astatotilapia burtoni)’다. 다른 시클리드 종류와 마찬가지로 약 2주간 새끼를 입안에서 키우는 종이다.

연구팀은 실험실 수조에 아스타토틸라피아 부르토니 암컷들을 풀고 산란으로부터 약 2주간 관찰했다. 알을 품은 암컷 31마리 중 새끼를 먹은 것은 29마리(93.54%)나 됐다.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 개체는 많게는 새끼의 4분의 3을 먹어치웠다.

이후 연구팀은 생화학 마커를 통해 어미들의 산화 스트레스를 평가했다. 그 결과 산화스트레스 수준이 높은 개체일수록 새끼를 많이 먹었다. 놀라운 것은 새끼를 많이 잡아먹은 어미일수록 체내 항산화 물질이 늘어 스트레스 경감 속도가 빨랐다.

대부분의 동물은 종족 번식이라는 본능 때문에 새끼를 끝까지 책임지고 키운다. <사진=pixabay>

어미가 새끼를 잡아먹은 이유에 대해 조사 관계자는 “시클리드 새끼들에게 있어 어미의 입은 최상의 은신처”라며 “다만 어미들은 새끼들에게 입을 내준 탓에 2주간 호흡이나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며, 그 결과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시클리드 어미의 행위가 거의 모든 동물이 가진 종족 번식의 본능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어미가 새끼를 먹고 건강을 회복하는 것은 진화 관점에서 보면 모순이지만, 아스타토틸라피아 부르토니 어미는 새끼를 먹음으로써 더 나은 다음 산란을 기약한다는 이야기다.

조사 관계자는 “약 2주 동안 먹이활동도 못하면서 구강포란을 하는 시클리드 암컷이 어떻게 살아남아 건강을 유지하는지 수수께끼가 풀렸다”며 “새끼를 잡아먹으며 스트레스를 푸는 시클리드의 습성은 비정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종족 번식의 틀에서 보면 결국 좋은 엄마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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