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심우주 관측 장비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의 명칭이 그대로 유지된다. 장비 이름을 딴 실제 주인공이 생전 성소수자 탄압을 자행했다는 일부 주장을 미 항공우주국(NASA)이 묵살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NASA는 18일 공식 채널을 통해 일부에서 제기됐던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명칭 변경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25일 발사된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적외선 관측 방식을 통해 그간 우리가 보지 못했던 심우주 관측이 가능하다. 올해 7월 본격적인 탐사 활동에 들어간 이래 마젤란성운과 목성 등 우주 곳곳의 선명한 이미지를 지구로 보내왔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본격 가동과 함께 장비 이름을 바꾸자는 요구도 이어졌다. 이 망원경의 이름은 1961~1968년 NASA의 2대 국장을 지낸 제임스 에드윈 웹에서 따왔다. 일부 단체는 그가 성소수자를 탄압한 전력을 들며 명칭 변경을 주장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인류 우주개발의 미래를 상징하는 만큼 제임스 에드윈 웹의 이름을 붙이면 절대 안 된다는 전문가도 적잖다.
제임스 에드윈 웹 국장은 1950년대 NASA가 성소수자 직원에 패널티를 주기 위해 도입한 규칙을 재임 시절 지지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장비가 개발될 무렵부터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라는 명칭에 거부감을 갖는 목소리가 나온 이유다.
결국 NASA는 제임스 에드윈 웹이 성소수자 직원에 대한 부당한 처우나 해고에 관여했는지 전면 조사를 실시하기로 올해 동의했다. 이 작업을 최근 마친 NASA는 보고서를 공표하고 우주망원경의 명칭을 변경할 예정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NASA는 “당시 성소수자 직원이 차별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는 제임스 에드윈 웹 국장의 독단적 행동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면밀한 조사 결과 이런 부당한 처우는 당시 연방정부의 방침이었다”며 “폭넓은 의미로 1950~1960년대는 아주 어두운 시대였다. 물론 그때 사상은 현재 NASA의 가치관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제임스 에드윈 웹이 성소수자를 억압했다는 주장의 중심에는 NASA 직원이던 클리포드 노턴이 있다. 노턴은 다른 남성과 자동차 안에 있다가 다른 직원에 목격됐고, 1963년 NASA에서 쫓겨났다. 해고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한 노턴은 NASA 본부에서 밤새 심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NASA는 “당시 게이나 레즈비언으로 의심되는 연방 직원들을 부당하게 대하는 일은 흔했다”고 유감을 표했다. 다만 “1953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성도착을 의심스러운 종의 행동으로 간주하는 대통령령까지 발령했지만 제임스 에드윈 웹이 노턴의 해고에 관여하거나 압력을 행사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NASA 발표에 망원경의 명칭 변경을 주장해온 측은 불만을 터뜨렸다. 일부는 증거가 없다는 것을 웹 국장이 NASA의 부당한 해고를 전혀 몰랐다고 해석하는 논리는 엉터리라고 주장했다. 만약 국장이 이를 정말 몰랐고 관여도 없었다면 NASA는 아주 무능한 리더를 배출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NASA가 우주망원경에 전직 국장 이름을 붙인 것 자체가 문제라는 시각도 여전하다. NASA는 우주망원경에 천문학계에 업적을 남긴 학자 이름을 주로 붙여왔다. 허블우주망원경(에드윈 파월 허블)과 스피처우주망원경(라이만 스피처), 찬드라 X선 망원경(수브라마니안 찬드라세카르), 그리고 향후 발사될 낸시망원경(낸시 그레이스 로만)이 대표적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