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디딜 틈 없는 만원 전철 안에 갇힌 사람은 감각 둔화로 인해 시간의 흐름을 느리게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코넬대학교 연구팀은 이달 초 발표한 연구 논문에서 만원 전차는 사람의 시간 감각을 둔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혼잡이 사람의 감각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던 중 이런 결론에 다다랐다. 인간의 시간 감각은 감정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데, 불쾌함 등 주관적인 감정이 커지면 이를 왜곡한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과거 실험에서 시각 자극 및 기하학적 도형을 이용한 혼잡이 시간 감각을 무너뜨리는 사실을 알아낸 연구팀은 이를 만원 지하철에 적용했다. 피실험자들을 가상현실(VR)로 구현한 만원 전동차에 타게 하고 시간 감각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봤다.

만원 전철 안에서 사람은 시간이 실제보다 느리게 흐른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pixabay>

VR로 재현된 차량 혼잡도는 35명에서 175명까지 차이를 뒀다. 피실험자들은 모두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혼잡도가 서로 다른 전동차에 60초, 70초, 80초 등 랜덤하게 머물렀다. 이후 피실험자들에게 얼마나 전동차를 탔는지, 차량 내부의 느낌은 어땠는지 물었다.

그 결과 VR로 재현된 전동차가 혼잡할수록 피실험자들은 실제보다 오랜 시간 차내에 머물렀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전동차 내부 1㎡당 인원이 1명 늘어날 때마다 체감 이동시간은 1~2분 당 평균 1.8초 길어졌다. 가장 혼잡하지 않은 상황과 가장 붐비는 상황을 단순 비교하면 체감 이동시간 차이는 10%까지 벌어졌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의 원인이 차내의 혼잡 자체보다 그에 의한 불쾌함이라고 추측했다. 조사를 주도한 애덤 K.앤더슨 교수는 “차량 내부가 불편했다고 답한 피험자들은 이동시간을 20%나 길게 느꼈다”며 “타인이 다가오면 불쾌하게 느끼는 일정 구역, 즉 개체 공간(personal space)의 심각한 침해가 차내에서 벌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의 시간 감각은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사진=pixabay>

이어 “주관적인 감정이 인간의 시간 감각을 왜곡하는 것은 흥미로운 현상”이라며 “이번에 제시된 혼잡도와 시간 감각의 관계 모델은 철도 회사가 참고할 만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이 전동차 혼잡을 해결하지는 못해도 최소한 불편함을 완화하면 승객 불쾌감이 줄고 시간 왜곡도 덜하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앤더슨 교수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는 혼잡함이 주관적 관점을 얼마나 흐리멍덩하게 만드는지 알 수 있다”며 “우리가 시간이라는 귀중한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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