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직종별로 적합한 기술을 업그레이드해 결과적으로 노동자의 커리어를 탄탄하게 해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직군 스킬을 키우는 게임의 순기능을 진로교육에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영국 서리대학교 연구팀은 11일 게임 저널 ‘Simulation & Gaming’에 게재된 논문에서 게임이 재미를 주는 데 그치지 않고 경력직 사원들의 다양한 업무 스킬을 향상시킨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온라인 게임 유통망 ‘스팀(steam)’ 이용자 1만6000명을 무작위로 선별해 게임 습관과 직업의 상관관계를 살핀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조사 관계자는 “다양한 연령대에서 인기 있는 게임은 그저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손과 눈의 연계·문제해결 능력·의사결정 능력을 키워주는 등 여러 장점이 있다”며 “더 높은 능력을 갖추고 경력을 키우려는 사람들은 플레이하는 게임 종류에도 뚜렷한 특징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스팀’ 이용자 성향 분석 과정에서 기술직은 대체로 퍼즐, 관리직은 액션 RPG에 관심을 갖는 사실을 알아냈다. 게임 성향은 성별로도 나뉘었다. 여성은 주로 싱글 플레이를 선호했고 남성은 대체적으로 슈팅게임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었다.
조사 관계자는 “IT 계열 기술자나 엔지니어는 액션이나 슈팅보다는 퍼즐 계열의 게임을 선호했다”며 “그 덕분에 공간 인식력이 향상되고 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했다.
이어 “관리직은 조직적·계획적 스킬을 필요로 하는 액션 RPG를 대체로 많이 즐겼다”며 “기술직은 문제 해결 능력이나 공간인식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전략 게임을 많이 구매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특히 여러 사람이 협력하는 온라인 게임이 사람들의 소프트 스킬을 길러주는 점에 주목했다. 소프트 스킬이란 타인과 협력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감정을 조절하고 제대로 의사소통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조사 관계자는 “온라인 게임으로 연마한 소프트 스킬이 개인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었다”며 “다양한 종류의 게임에서 익힌 소프트 스킬은 회사 면접에서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때문에 최고의 인재를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회사 입장에서 게임은 여전히 부정적이며, 이를 통해 길러지는 스킬이 정식으로 인정받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게임과 사람의 기술, 커리어 지향성과 연관성이 밝혀진 만큼, 관련 연구를 더 진행해 게임을 진로교육의 일환으로 도입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