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하다고 여겨졌던 지구의 내핵이 훨씬 부드러울 수 있다는 주장이 또 제기됐다. 새로운 연구는 지구 내핵 속 철 원자들의 의외의 움직임을 담아 관심을 끈다. 

미국 텍사스대학교 오스틴교(UT 오스틴)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조사 보고서에서 지구의 내핵은 주로 철과 니켈로 구성된 동그란 금속 덩어리지만 실제는 유동성이 높을 수 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지구 내부 환경을 컴퓨터 시뮬레이션한 결과 철 원자가 상상도 하지 못한 움직임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사는 지구의 중심부에는 반지름 약 1220㎞의 철과 니켈로 이뤄진 내핵이 있다고 생각된다. 바로 바깥쪽에는 액체 상태의 철과 니켈로 구성된 외핵이 존재하며, 그 밖에 맨틀이라는 비교적 무거운 암석층이 자리한다는 게 정설처럼 굳어졌다.

우리가 지금까지 배운 지구의 내부 구조도. 내핵은 단단한 고체로 여겨져 왔다. <사진=pixabay>

실험 관계자는 "내핵은 완전히 고체이고 내부의 철 원자는 거대한 육각형 격자에 늘어선 채 꼼짝도 하지 않는 것으로 학자들은 생각했다"며 "지진파 등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면서 이 가설의 허점이 하나 둘 드러났다. 내핵이 상상 이상으로 부드러울 수 있다는 의심은 최근 아주 강하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지구 내핵에 가해지는 막대한 압력을 재현하고 거기서 내핵의 철 원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찰했다. 이렇게 얻어진 데이터로 시뮬레이션을 실시해 철 원자의 활동을 보다 자세하게 검증했다.

실험 관계자는 "지구 내핵의 철 원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놀라운 움직임을 보였다"며 "철 원자들은 그룹 단위로 이동함으로써 전체적으로는 격자의 정렬을 무너뜨리지 않고 내부에서 위치만 바꾸며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나타난 지구 내핵 철 원자들의 집단 운동 <사진=UT 오스틴 공식 홈페이지>

이 관계자는 "이는 집단 운동(collective motion)의 한 형태로 보인다. 쉽게 말해 사람이 꽉 들어찬 강의실에서 학생들이 서로 자리만 이동하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지구의 내핵 시뮬레이션에서 확인된 철 원자의 움직임은 내핵의 강성을 떨어뜨리고 전단력(고체 등 물체의 내면에 작용해 양쪽을 역방향으로 어긋나게 만드는 힘)의 내성도 약화시킬 것으로 추측했다. 

실험 관계자는 "이번 발견은 지구 내핵의 의외의 부드러움뿐만 아니라 지구 자기장이 발생하는 구조나 원리 등 다른 수수께끼를 푸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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