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사용하는 일부 약초를 자가 치료에 동원하는 영리한 새가 처음 특정됐다.

스웨덴 동물학자들은 23일 국제 학술지 ‘Frontiers in Ecology and Evolution’에 게재된 논문에서 예로부터 인간이 활용해온 약초를 먹고 질병을 치료하는 새를 공개했다.

학자들이 지목한 새는 느시다. 두루미목 느시과의 대형 조류로 너화 또는 들칠면조로도 불린다. 북한에서도 발견된 적이 있으며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 등 다양한 지역에 서식한다. 날개를 펼친 길이가 약 50㎝이고 수컷 체중은 무려 최대 18㎏까지 나가는 느시는 곤충을 비롯해 조류의 알이나 작은 포유류, 꽃, 과실, 식물의 잎을 먹는 잡식성이다.

사람이 쓰는 약초를 먹는 느시 <사진=pixabay>

인간 외에 약초 등 생약 성분을 활용하는 동물을 지금까지 몇 종이 확인됐다. 몸을 산호에 문지르는 돌고래나 상처에 곤충을 바르는 침팬지가 대표적인데, 사람이 쓰는 약초를 먹는 새가 보고된 사례는 없다.

느시의 생태를 연구하던 학자들은 개체들이 특정 식물을 먹는 점을 발견했다. 특히 학자들은 해당 식물이 사람들이 구충제 또는 천연 진통제로 쓰는 약초라는 점도 함께 알아냈다.

조사 관계자는 “느시의 배설물을 수거해 검사하는 과정에서 유난히 즐겨 먹는 에키움 종류와 개양귀비 등 식물 두 종을 확인했다”며 “에키움은 사람이 먹으면 해롭지만 독사에 물렸을 때 사용하는 약초이며, 개양귀비는 진통제나 면역증강제로 예로부터 활용됐다”고 설명했다.

꽃이 핀 개양귀비. 예로부터 인류가 약초로 사용해 왔다. <사진=pixabay>

학자들은 느시가 많이 먹는 풀에서 화합물을 추출해 새에 감염되는 일반 기생충 3종에 대한 효과도 시험했다. 그 결과 두 추출물 모두 편모충과 선충 등 기생충 구제 효과가 나타났다. 에키움의 경우 진균의 일종인 아스페르길루스에도 특효를 보였다.

조사 관계자는 “느시가 인간이 애용하는 약초를 먹는 것은 건강을 유지하고 보다 튼튼한 몸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구애 시즌에 수컷들이 두 식물을 집중적으로 먹는 것을 보면 종족 번식에 약초를 이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느시가 두 식물을 정말 약초로 인식하고 먹는지 결론을 내리기는 이른 감이 있다”며 “향후 생물의학·수의학·약학적 실험을 통해 조류의 약초 이용 습성이 사실인지 알아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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