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시대 원형 투기장 콜로세움에서 닥스훈트로 추정되는 소형견의 뼈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콜로세움에서 작은 개의 뼈가 한꺼번에 발굴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학자들은 고대 로마인들의 유희 ‘베나티오(venatio)’의 흔적으로 추측했다.

이탈리아 고고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28일 공식 성명을 내고 콜로세움의 하수구 터 발굴 작업 도중 닥스훈트 크기의 소형견 뼈를 상당량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2000년 된 하수구 터에서 나온 뼈들을 원형대로 복원, 개의 키가 30㎝ 미만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런 종류의 개 뼈가 콜로세움 하수구 터에서 나온 것은 로마제국의 오락 중 하나인 ‘베나티오’ 때문이라고 학자들은 생각했다.

‘베나티오’는 야생동물을 콜로세움에 투입하고 이를 사냥하는 잔인한 오락거리였다. 동물을 길들여 귀족들이 보는 앞에서 재주를 부리는 것도 ‘베나티오’에 포함됐다. 동물 살육의 경우 많은 검투사들이 동원됐고, 이 과정에서 검투사들 역시 적잖게 목숨을 잃었다.

다리가 짧고 체구도 작은 닥스훈트 <사진=pixabay>

연구팀은 콜로세움 하수구 터에서 곰이나 사자, 표범, 대형견, 타조 등 다른 동물의 뼈도 함께 발견했다. 연구팀은 고대 로마인들이 육식동물을 검투사와 싸우게 하고 소형 개들은 재주를 부리도록 훈련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 관계자는 “키 30㎝ 미만의 작은 개들은 투기장에서 오늘날의 서커스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재주를 부렸을 것”이라며 “곰이나 사자, 호랑이 살육 쇼 도중 육식동물의 먹이로 던져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연구팀은 뼈의 주인들이 닥스훈트의 먼 조상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현존하는 닥스훈트의 원형은 18세기 초 독일인들이 땅에 구멍을 내고 오소리를 사냥할 목적으로 품종을 개량한 것으로 생각돼 왔다. 독일어 닥스(dachs)는 오소리를 뜻한다.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검투사들은 귀족과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콜로세움에서 목숨 건 살육전을 펼친다. 사람 대신 맹수를 투입해 이를 사냥한 오락은 베나티오라고 불렀다. <사진=영화 '글래디에이터' 스틸>

미국 켄넬 클럽(AKC)에 따르면 닥스훈트는 위험한 사냥감을 단독으로 쫓는 탁월한 사냥꾼이다. 몸집은 아주 작지만 무모할 만큼 용맹하다. 이 점에서 연구팀은 작은 개들이 살육 쇼에 투입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사 관계자는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콜로세움은 지하에 70m 넘는 긴 배수구를 숨기고 있다”며 “이 배수구를 1년에 걸쳐 조사한 결과 고대 로마인들의 잔인한 유희의 결과물들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이어 “영화 ‘글래디에이터’로 유명한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재위 161~180)의 치세를 기념하는 은화를 비롯해 로마제국 후기 청동 동전 등 당시 사회와 문화를 엿볼 골동품도 많이 발굴됐다”고 덧붙였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