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태양 앞을 가로지르는 비행기가 천문대 망원경에 우연히 포착됐다. 지상 우주 관측 장비에 천체 이외의 물체가 잡히는 경우는 간혹 있지만 태양을 배경으로 비행기 실루엣이 완벽하게 담길 확률은 아주 낮다.

일본 국립천문대(NAOJ)는 23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미타카 캠퍼스의 태양 플레어 망원경이 22일 오후 2시2분 잡아낸 일본 항공자위대 연습기 T-4의 사진을 공개했다.

NAOJ 미타카 캠퍼스는 매일 태양 플레어 망원경을 활용, 태양 자기 활동을 감시하고 있다. 이날도 관측 활동을 이어가던 태양 플레어 망원경은 태양 앞을 날아가는 T-4 연습기를 포착했다.

일본 국립천문대 미타카 캠퍼스의 태양 플레어 망원경이 22일 촬영한 항공자위대 연습기 T-4 <사진=NAOJ 공식 홈페이지>

천문대 관계자는 “망원경에 천체가 아닌 비행기가 찍히는 일은 종종 있다”면서도 “이 정도로 피사체가 선명하게 찍힌 경우는 드물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두 조종사의 실루엣까지 식별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미지에 담긴 T-4 연습기의 디테일은 상당한 수준이다. 실루엣이 단순히 새까맣지 않고 태양 표면의 무늬가 들어간 것은 짧은 시간을 두고 연속 촬영된 두 사진을 합성했기 때문이다.

천문대 관계자는 “첫 번째 한 장을 촬영했을 때 T-4 연습기가 통과했고, 다른 한 장을 찍을 때는 평소처럼 태양 전면이 담겼다”며 “두 이미지를 합성한 결과 마치 태양 표면에 T-4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 같은 오묘한 사진이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1990년부터 운용 중인 태양 플레어 망원경(왼쪽)과 평소 관측 사진 <사진=NAOJ 공식 홈페이지>

1990년 관측 활동을 시작한 태양 플레어 망원경은 NAOJ 미타카 캠퍼스 태양 관측소의 주력 장비다. 적외선 편광 관측을 통한 태양 자기장을 정밀 계측, 태양 자기 활동을 연구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운용 초기 구경 15㎝와 20㎝ 망원경을 2개씩 탑재했던 태양 플레어 망원경은 2007년 새로 개발된 구경 15㎝ 망원경 1개와 12.5㎝ 망원경 2개로 업그레이드됐다. 각 망원경은 태양 광구로부터 나오는 가시광선과 채층으로부터 나오는 Hα선을 각각 관찰한다.

NAOJ는 태양 플레어 망원경으로 촬영된 태양 이미지와 태양 활동 정보를 정기적으로 일반에 공개해 왔다. 태양을 가로지르는 여객기나 아득히 멀리 보이는 국제우주정거장(ISS) 등 일상적으로 접할 수 없는 환상적인 이미지를 여러 차례 선보였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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