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대형 망원경이 꼭 천체나 은하만 관측하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일본 국립천문대(NAOJ)의 태양 플레어 망원경이 비행기를 포착한 데 이어, 이번엔 제미니 망원경이 시뻘건 용암류를 담아내 시선이 쏠렸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국립광학적외선천문학연구소(NOIRLab)는 2일 공식 채널을 통해 하와이 마우나케아 산정에 자리한 제미니 북망원경이 잡은 마우나로아 화산의 용암류 사진을 공개했다.
주황색으로 빛나는 강처럼 보이는 마우나로아 화산의 용암류는 제미니 북망원경과 함께 설치된 카메라가 잡아냈다. 이 카메라는 제미니 북망원경 주변 상황을 시시각각 관찰하는 것이 주목적이지만 가끔 인간의 흔적이라고는 없는 고산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자연현상을 담아왔다.
용암류는 현지시간으로 11월 29일 오전 2시15분 촬영됐다. 마우나로아 화산은 제미니 북망원경이 자리한 마우나케아 산과 인접한 높이 약 4200m의 고산으로 지난 11월 28일 오전 6시30분(한국시간) 38년 만에 분화했다.
NOIRLab은 “제미니 북망원경은 야외 카메라를 통해 매일 밤하늘과 날씨를 관측하고 있다”며 “남쪽을 향한 카메라에 마우나로아 화산의 분화 활동이 생생하게 담겨 이번에 공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용암을 자세히 보면 ‘광주(light pillar)’가 제법 또렷하게 찍혀 있다”며 “이는 마우나로아 화산을 뒤덮은 얼음 결정에 일출이나 일몰 무렵 태양광이 반사되면서 보이는 ‘태양주(sun pillar)’와 같은 현상으로 용암의 빛 때문에 생기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고 덧붙였다.
NOIRLab은 마우나로아 화산 분화가 마우나케아 산정 천문대들에 준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높이가 4205m인 마우나케아 산정에는 미국 하와이대학교의 UH 0.9m 및 UH 2.2m 망원경, 미 항공우주국(NASA)의 적외선 망원경과 영국 적외선 망원경, NAOJ의 스바루 망원경, 미국 캘리포니아천문학연구소의 켁1·켁2 망원경, 제미니천문대의 제미니 망원경,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의 서브밀리미터 망원경 등 다국적 관측 시설이 들어서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