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 게임 ‘스타크래프트’ 속 유닛 하이템플러의 사이오닉스톰(psionic storm)을 현실에서 볼 날이 올 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능력으로는 제어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던 벼락을 레이저를 이용해 원하는 곳에 떨어뜨리는 장치가 호주에서 개발됐다.

호주국립대학교와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공동연구팀은 16일 발표한 논문에서 절연파괴(dielectric breakdown) 원리를 응용한 낙뢰 유도 기술 ‘레이저 트랙터 빔(laser tractor beam technology)’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이 선을 보인 레이저 트랙터 빔은 절연파괴 경로를 임의로 조정해 낙뢰를 유도한다. 절연파괴는 전기적으로 절연된 물질 상호간의 전기저항이 줄어 과도한 전류가 흐르는 현상이다. 허용치를 초과하는 전류가 흐르면 절연내력이 떨어져 결국 절연파괴로 이어진다.

낙뢰 <사진=pixabay>

레이저 트랙터 빔은 공기 중에 포함된 그래핀(graphene) 미립자를 모아 레이저로 가열하는 장치다. 그래핀은 탄소원자로 구성되는 두께 0.2㎚의 투명한 막이다. 연필심에 사용되는 흑연의 한 층이 바로 그래핀인데, 전기가 구리보다 100배 이상 잘 통하고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전자 이동성이 빠르다. 강도는 강철 대비 200배 이상, 열전도성은 다이아몬드보다 2배 이상 높다. 빛이 잘 통과하며 신축성도 뛰어나 ‘꿈의 나노물질’로 통한다.

연구팀은 빛을 흡수하는 성질이 강한 그래핀을 레이저로 가열, 절연파괴가 일어날 경로를 임의로 설정하는 데 성공했다. 소규모 대기 상태를 구현하고 낙뢰를 발생시키는 모의실험을 진행한 결과 레이저 트랙터 빔을 따라 절연파괴가 일어나는 조건을 만들 수 있었다. 실제 낙뢰는 구름과 지면 사이에서 절연체 역할을 하는 공기에 절연파괴가 일어날 때 발생한다.

레이저를 이용한 방전 제어 기술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산업계의 나노테크놀로지와 반도체 생산, 의학계의 플라즈마의료가 대표적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새로운 레이저 트랙터 빔은 머리카락 굵기(100㎛)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오차범위 내에서 낙뢰를 재현한다. 연구팀 관계자는 “기존 기술의 1000분의 1에 해당하는 저출력 레이저를 이용하므로 안전하며 컨트롤이 정확한 데다 비용까지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두 대학 연구팀은 해당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을 거듭해 실제 낙뢰 유도에 이용될 장치를 개발할 계획이다. 호주는 지난 1년간 낙뢰로 인한 산불 등으로 막대한 피해를 봤다. 연구팀 관계자는 “레이저 트랙터 빔은 낙뢰를 안전한 곳으로 유도해 대형 산불을 예방할 수 있다”며 “암덩어리를 잘라내는 레이저 메스 등에도 응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번 실험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최신호에도 소개됐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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