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억 년 전 운석을 이용한 레고 블록이 탄생했다. 현재 미국이 '아르테미스(Artemis)'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달 전진기지의 자재로 이용될 가능성에 관심이 쏠렸다.
유럽우주국(ESA)은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45억 년 전 운석을 부순 부스러기를 3D 프린터로 성형해 만든 레고 블록을 공개했다.
유럽우주국 우주 벽돌(ESA Space Brick)로 명명된 이 블록은 직사각형이며 윗면에 원기둥 돌기가 8개 달렸다. 누가 봐도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레고 블록이어서 어디서나 시선 집중이다.
ESA 소속 천문학자 에이든 카울리는 "형형색색의 플라스틱 레고 블록에 비하면 찌그러진 느낌도 있지만 실제로 제대로 된 건물을 지을 수 있다"며 "우주 개발에 임하는 학자들이 오래된 운석으로 레고 블록을 만든 것은 아무도 달 표면에 건물을 지은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달에 전진기지를 지어야 현지 개발이 원활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자재를 로켓으로 운반할 수 있는 양은 한정돼 있고 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것만으로도 천문학적 비용이 들기 때문에 가능한 달 표면의 재료를 이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많은 천문학자들은 화성이나 달 표면의 암석 부스러기, 즉 레골리스를 이용한 건설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달의 레골리스 부스러기는 건조하고 딱딱하며 날카롭다. 이를 이용해 건자재를 만드는 실험을 하고 싶어도 지구에는 달의 레골리스가 많지 않다.
에이든 카울리는 "지구의 달 레골리스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아폴로 계획에서 6회, 러시아의 루나 계획에서 3회, 중국의 창어 미션 2회에서 들여온 것이 전부"라며 "귀한 달 레골리스를 활용한 실험이 어려우므로 운석을 부숴 3D 프린터로 성형한 것이 유럽우주국 우주 벽돌"이라고 말했다.
유럽우주국 우주 벽돌은 2000년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45억 년 된 운석 부스러기와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각광받는 폴리젖산(PLA)을 섞어 만들었다. 이 운석은 일반 콘드라이트 석질로 각력암과 조성이 흡사하다.
에이든 카울리는 "완성된 블록은 ESA의 성능 검증을 마쳤으며 실제 달 전진기지 건설이 가능한지 실험이 진행 중"이라며 "이와 별도로 레고 마니아들을 위해 영국과 미국, 캐나다 등 세계 15개국의 레고 스토어에 전시된다"고 전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