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00만년 전 지구 북극권에 지금보다 푸르고 울창한 생태계가 존재한 사실이 DNA 분석 결과 밝혀졌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연구팀은 7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된 논문에서 200만년 전 지구 북극권의 온도가 현재보다 11~19℃ 높아 훨씬 다양한 생물이 번성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지층에 남은 고대 DNA를 최신 해석 기술을 통해 분석,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무려 16년간 이어진 연구에서 조사 관계자들은 다양한 고대 DNA를 채취해 분석했다. 특히 2만년에 걸쳐 100m 두께로 퇴적된 캡 코펜하겐 층(Kap Kobenhavn Formation)에서 DNA를 얻은 연구팀은 영구 동토에 갇힌 샘플이 그린란드 최북단 북극해에 접한 피오르드 하구 부근의 생태계 정보를 가졌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이 DNA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어려움이 있었다. 조사 관계자는 “DNA를 해석하려면 점토나 석영 퇴적물에서 채취된 유전물질 조각을 꾸준히 이어붙일 필요가 있다”며 “오랜 시간 DNA 해석이 불가능했는데 최근 기술이 발달한 덕에 캡 코펜하겐 층의 DNA 단편들을 특정, 연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캡 코펜하겐 층의 고대 DNA 해석 결과 연구팀은 200만년 전 그린란드 북부 반도에 순록과 노랑부리백로, 레밍, 태고의 코끼리 마스토돈 등 다양한 동물이 서식하는 풍부한 숲이 펼쳐진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DNA 중에 육식동물의 것은 없었지만 이는 개체 수가 적은 탓으로 추측했다. 즉 고대 북극 지방에는 곰이나 늑대, 검치호(샤벨타이거) 등 육식동물도 서식했지만 초식동물 수가 훨씬 많았다는 이야기다.
조사 관계자는 “200만년 전 북극권은 지금보다 기온이 높았다고는 해도 겨울 대부분 어둠에 잠길 만한 곳이었다”며 “그런 북쪽 지역에서 이 정도의 동물이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상당히 의외이며, 아주 흥미로운 일”이라고 전했다.
연구팀은 얼음 속에 저장된 DNA를 통한 시간 여행이 기후변화 위협에 생물이 어떻게 적응했는지 알아보는 힌트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기온에 진화하고 적응할 수 있는 종은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많았을 가능성도 이번 연구를 통해 제기됐다.
조사 관계자는 “인간의 욕심으로 현재 세계 생물 다양성이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은 틀림없다”며 “오늘날의 지구온난화는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생물이 적응하기 위한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때문에 이번처럼 오래된 생태계를 연구하는 것은 생물들이 기온 상승에 어떻게 적응하는지 파악할 단서”라며 “200만년 전 생물들이 온난화에서 살아남기 위해 익힌 방법을 유전자공학으로 재현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