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 신경 활동을 읽어 노래를 재현하는 실험이 성공했다. 뇌 신호를 판독, 눈앞에 있는 사람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영화 속 한 장면이 비슷하게나마 실현된 셈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UCB) 연구팀은 전극으로 뇌 신경 활동을 읽어 영국 록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명곡 '어나더 브릭 인 더 월 파트1(Another Brick in the Wall Part.1)'을 재현한 실험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이번 실험은 '사람들이 듣는 음악은 뇌 속에서 어떤 식으로 울려 퍼지나'라는 의문에서 시작됐다. 연구팀은 음계 '도'를 파악한 사람의 뇌가 일련의 신경 활동을 벌인다면, 이를 읽어 뇌 속에 울리는 소리를 해독할지 모른다는 가설을 세웠다.
뇌의 활동 패턴과 소리의 높이, 화음 같은 음악적 요소의 연관성을 알아보기 위해 연구팀은 간질 치료를 위해 뇌에 전극을 삽입한 남녀 29명을 모집했다. 이들에게 1979년 발표된 '어나더 브릭 인 더 월 파트1'을 듣게 하고 전극을 통해 각 피실험자의 뇌 신경 활동을 관찰했다.
피실험자의 뇌에서 재현된 소리는 아래 동영상을 참고하면 된다. '어나더 브릭 인 더 월 파트1'을 안다면, 어렴풋하게 원곡과 유사성을 느낄 수 있다. 원곡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 아래 영상을 먼저 듣기를 추천한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번 실험을 통해 리듬은 청각을 담당하는 영역을 구성하는 상측두회가 관장한다는 것이 확실해졌다"며 "이 부분은 일부 학자들이 생각한 대로 음악을 느끼는 데 중요한 기관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연구 성과를 활용하면 사람의 생각만으로 기계를 조작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될 것"이라며 "뇌 질환으로 음악을 느낄 수 없는 이들이 다시 음악을 만끽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학계는 이번 연구가 다양한 뇌 장애를 앓는 이들의 삶의 질을 올려줄 기술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평가했다. 우선 뇌의 각 부위에 전극을 설치해 음성의 운율적 요소를 검출하는 청각 해독기 개발을 앞당길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