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민간기업의 우주개발 열기가 뜨겁다. 아이스페이스(ispace) 사에 의한 일본 최초의 달 착륙 탐사가 조만간 이뤄질 전망인 가운데, 이번에는 열도의 첫 독자 우주정거장 건설 계획이 벤처 기업에서 나왔다.

우주 벤처 디지털 블라스트(Digital Blast)는 오는 12일 도쿄 시나가와에서 개최되는 우주개발 이벤트 ‘도쿄 벤처기업 선수권대회 2022’에서 독자 우주정거장 건설 프로젝트를 발표할 계획이다.

‘우주에 가치를(宇宙に価値を)’을 슬로건으로 2018년 창립한 디지털 블라스트는 올해 10월 기준 임직원 93명이 일하고 있다. 인류의 행성 이주를 염두에 둔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인데, 지난 10월 달 표면의 미중력을 구현한 소형 식물 재배 장치 ‘아마즈(AMAZ)’의 특허를 획득했다.

우주를 무대로 유일무이한 커리어를 쌓는 것이 디지털 블라스트의 모토다. 현재 우주정거장의 구체적 형태는 공개하지 않았다. <사진=디지털 블라스트 공식 홈페이지>

최근 중국이 독자 우주정거장 ‘톈궁’을 완성하면서 아시아 국가들의 우주개발 열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일본 민간 업체도 우주정거장 건설을 발표하면서 시선이 쏠렸다. 이런 대규모 사업을 일본 기업이 발표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회사에 따르면 우주정거장 건설에 투입되는 비용은 총 3000억~5000억엔(약 2조8800억~4조8000억원)이다. 중국이 11년 만에 ‘톈궁’을 완성한 것에 자극을 받았는지 개발 기간은 이보다 짧게 설정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첫 우주정거장은 지구 저궤도, 그러니까 고도 약 400~500㎞ 상공에 띄워진다. 길이 약 11m, 직경 약 4m 규모의 실험동 ‘키보우(희망)’를 비롯해 원통형 모듈 3개를 조합한 형태가 유력하다. ‘키보우’ 외의 모듈은 우주비행사의 실험과 거주를 지원한다. 민간 우주개발 업체는 물론 일본 항공우주연구개발기구(JAXA) 등 국가 소속 우주인도 체류할 수 있다.

디지털 블라스트 사의 '아마즈(AMAZ). 인류의 달 거주에 대비한 미중력 식물 재배 장치다. <사진=디지털 블라스트>

우주정거장 건설은 각 모듈을 순차적으로 발사해 연결하는 방식이 채택될 전망이다. 디지털 블라스트는 늦어도 2030년에는 첫 모듈을 발사할 계획이다.

중국에 이어 일본이 독자 우주정거장을 갖게 되면 우주개발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된다.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국가가 운용하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은 오는 2030년 퇴역을 앞뒀다. 디지털 블라스트는 가급적 ISS가 임무를 마친 직후, 그러니까 2030년대 우주정거장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참고로 아마존의 자회사 블루 오리진 등 미국의 여러 민간 우주개발 업체도 2020년대 후반 새로운 상용 우주정거장을 건설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즉 앞으로의 우주정거장은 각국 정부는 물론 민간 기업 사이의 무한 경쟁 형태로 진행된다.

중국이 완성한 독자 우주정거장 톈궁 <사진=중국 국가항천국>

많은 관심이 쏠리는 일본 최초의 우주정거장 개발 사업은 많은 기업의 참여도 예상된다. 일단 디지털 블라스트는 우주정거장 건설에 관련된 기업들의 참여와 후원을 적극 유치할 계획이다.

또한 디지털 블라스트는 우주정거장의 예상 운용 비용이 연간 최소 6000억엔(약 5조7560억원)에 달하는 만큼 일본 정부의 적극 보조를 기대하고 있다. JAXA 등 국가 기관이 운용하는 소행성 탐사 장비 등을 적극 유치해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 형태도 다각화할 예정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