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육처럼 커피도 인위적으로 배양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가격이나 친환경성은 물론 풍미에 호기심을 보이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핀란드 VTT 기술연구센터(VTT Technical Research Center of Finland)는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환경보호를 위해 고안한 인공배양 시스템을 통해 커피 원두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센터는 세계인이 즐기는 커피가 원두 재배부터 수확, 로스팅과 그라인딩, 포장과 배송 등 과정을 거치며 환경에 적잖은 악영향을 주는 점에 주목했다. 커피 본연의 맛은 유지하면서 환경 부담을 덜기 위해 이들은 인공육처럼 원두 자체를 배양할 계획을 세웠다.

센터 관계자는 “커피 재배가 환경에 주는 부담은 결코 간과할 수준이 아니다”며 “지구촌 전체의 커피 수요를 충족시키는 농장을 운영하기 위해 오랜 기간 광범위하게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커피나무 잎을 잘라 세포를 추출하는 과정 <사진=VTT기술연구센터 공식 홈페이지>

이어 “커피는 생산부터 가공, 포장, 배송까지 적잖은 화석연료를 사용한다”며 “최근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커피 농장의 생산성이 떨어지자 보다 많은 에너지를 동원하게 됐고 커피의 친환경성은 날로 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센터는 커피 원두를 인공배양하기 위해 인공육 실험에 흔히 사용되는 바이오리액터(bioreactor)를 활용했다. 바이오리액터는 체내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체외에서 이용하는 시스템의 총칭이다. 바이오리액터 안에 이상적인 온도와 물, 산소를 갖추고 커피 세포를 배양하는 것이 핵심이다. 요즘은 이런 방법으로 인공 갈빗살이나 스테이크는 물론 푸아그라까지 즐길 수 있다.

커피 원두 배양은 커피나무 잎을 적당히 잘라 세포를 추출하는 작업으로 시작했다. 추출된 세포를 배양지에 얹고 바이오리액터에 넣어 일정 조건에 맞춰 배양했다. 이렇게 해서 얻은 커피 배양 세포를 말려 흰색 분말 형태로 만든 뒤 볶으면 로스팅한 원두처럼 특유의 색과 향이 재현됐다.

배양 커피가 기존 커피보다 좋은 점은 노동력과 자원을 덜 소비하는 친환경성이다. 특히 물 사용량에서 기존 커피를 압도한다.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보다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 

배양 후 건조된 커피 원두 세포 <사진=VTT기술연구센터 공식 홈페이지>

마니아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은 친환경성뿐 아니라 커피 본연의 풍미다. 자연친화적이라도 커피가 인공배양 과정에서 특유의 풍미를 잃는다면 찾는 사람이 있을 리 만무하다.

이에 대해 센터 관계자는 “일반 커피에 비해 쓴맛이 적은 편인데 아마 카페인이 적기 때문일 것”이라며 “원두가 가진 과실의 풍미 역시 약간 부족한 편”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센터는 원두의 풍미가 대체로 로스팅 과정에서 결정되는 만큼 섣부른 판단은 유보했다.

센터는 인공 배양한 커피가 2025년 무렵 시장에 데뷔할 것으로 기대했다. 센터는 그동안 세포 배양 단계에서 커피 본연의 풍미가 떨어지지 않도록 추가 실험을 진행하는 한편, 이 커피가 환경에 어는 정도 이득인지도 정밀 분석할 계획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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