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연출한 마크 월버그 주연 영화 '해프닝'(2008)에는 식물들이 신경독소를 내뿜어 자신들을 파괴한 인간들을 비극으로 내모는 내용이 등장한다. 그래서 영화 속 사람들은 바람의 반대방향으로 피해다니며 숨을 참느라 안간힘을 쓴다. 

이 영화를 떠올릴만한 연구 결과가 최근 등장했다. 수중에서 광합성을 하는 조류가 물속은 물론 공기중에도 독소를 퍼뜨릴 수 있다는 내용이다.

미국 매사추세츠의 비영리단체 낸터킷랜드카운실의 제임스 서덜랜드 등 연구팀은 최근 공식채널을 통해 '조류대발생은 공기 중에 독을 방출할 수 있다(Algal blooms can release 'Very Fast Death Factor’ toxin into the air)'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서 말하는 '매우 빠른 죽음의 요인(Very Fast Death Factor, VFDF)'은 독소인 아나톡신-a(ATX)를 말한다.

물속에 사는 조류는 대부분 광합성을 하기 때문에 푸른빛을 띠며, 일부 남조류(시아노박테리아)는 바다에서 유해 적조현상(담수에서는 녹조현상)을 일으켜 수중 산소농도를 낮추는 것은 물론 ATX와 같은 독소를 생성할 수 있다.

바람의 반대 방향으로 뛰는 주인공 <사진=영화 '해프닝' 스틸>

ATX에 노출되면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것은 물론 동물과 인간도 운동실조, 경련, 호흡기마비 등에 의해 사망할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은 조류대발생 시 사람이 물에 닿지 않도록 경고하지만,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입원하거나 물을 마신 동물이나 개가 죽는 사고가 빈발한다.

연구팀은 여름마다 정기적인 녹조현상으로 유명한 매사추세츠 낸터킷의 담수호 카파움호 주변에서 2019년 7~10월 공기 샘플을 수집했다. 그 결과 2019년 9월 11일 수중에서 ATX가 ㎖당 21ng의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바람이 불고 안개가 자욱한 이날 연못 주변의 공기에서도 ATX가 감지됐다. 필터당 평균 0.87ng의 농도였는데, 이는 ㎡당 0.16ng의 공기 노출에 해당한다.

서덜랜드는 ""ATX의 직접적인 접촉이나 흡입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사람들이 잠재적인 문제에 대한 인식없이 조류가 퍼진 호수와 연못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독소가 어떻게 공기중에 배출됐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바람으로 인해 ATX 분자나 날리거나 남조류 세포로 채워진 작은 물방울이 공기중에 떠오른 뒤 안개로 인해 ATX가 더 오래 머물렀을 것으로 추정했다. 따라서 바람이나 안개가 많은 날에는 적조나 녹조가 퍼진 지역에서 멀리 떨어질 것을 권고했다.

서덜랜드는 "ATX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전 세계의 호수와 연못에서 더욱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환경파괴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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