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언젠가 지구를 떠나 새롭게 자리를 잡아야할 외계 행성은 여러 조건을 갖춰야 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온도가 너무 뜨겁거나 차갑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를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이라고 부른다. 딱 알맞은 온도의 수프가 가장 먹기 좋다는 영국 전래동화 '골디락과 세마리 곰' 이야기에서 따온 말이다.
그런데 '천문학·천체 물리학' 저널 3월호에 발표된 연구에서 과학자들이 지적한 포인트는 그보다 훨씬 근본적이다. 행성 주변에 생명을 모두 죽일 수 있는 강력한 폭발이 있는지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초신성이나 감마선 폭발과 같은 현상은 거의 빛의 속도로 위험한 고에너지 입자와 방사선 등을 분출한다. 이는 모든 생명체를 죽일 수 있을뿐 아니라, 행성의 대기권까지 날려버릴 수 있다.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과학자들은 모든 생명체가 사라질 것이라고 본다.
이번 연구의 주 저자인 이탈리아 인수브리아대학교 천문학자 리카르도 스피넬리 교수는 "이런 폭발이 가까운 곳에서 일어날 경우 '완전한 살균'이 가능할 것"이라며 "먼 곳에서는 대량 멸종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4억5000만년 전 지구의 오르도비스기(Ordovician) 대량 멸종 사태도 인근의 감마선 폭발이 일으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구체적인 증거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은하계에서 지구의 위치를 고려하면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연구팀은 지난 110억년간 우리 은하에서 이런 폭발로부터 안전한 곳과 위험한 곳을 구분해냈다. 별의 형성과 진화 모델을 사용해 은하의 특정 지역에 이런 '킬러 방사선'이 나타난 때를 계산한 결과 은하계 초기 은하 중심부는 강력한 우주 폭발이 빈발했지만, 별이 적은 외곽 지역은 대부분 이러한 재난을 피할 수 있었다.
또 60억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은하계는 대규모 폭발로 정기적으로 살균됐다. 하지만 은하계가 노화됨에 따라 폭발은 급격하게 줄었다.
연구팀은 현재 은하 중심에서 6500~2만6000광년 거리를 가장 안전한 장소로 꼽았다. 은하 중심에 가까우면 초신성 및 폭발 사건이 여전히 흔하고, 외곽으로 가면 감마선 폭발이 더 많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결국 미래에는 폭발이 전반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봤다.
이번 연구에 대해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데시 교수는 "사람들이 종종 간과하는 감마선 폭발의 영향을 정확하게 짚어낸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감마선 폭발에 의해 방출되는 물질은 모든 방향에 균일하지는 않지만, 이번 연구는 언뜻 보기에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언젠가 태양계를 떠나 먼 우주로 떠나야 할 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지금 기술 수준으로는 주변 지역을 둘러보는 데 그치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