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든 잎을 되살려 땅속 영양분을 빨아들이는 남미 좀비 고사리의 경이로운 재생 능력에 식물학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식물학 교수 제임스 달링 교수 연구팀은 9일 공식 채널을 통해 파나마 서부 삼림에서 자라는 좀비 고사리의 생태를 소개했다. 연구팀의 관찰 보고서는 지난달 국제 학술지 에콜로지(Ecology)에도 게재됐다.

양치류인 이 식물의 정식 명칭은 키아티어 로자시아나(Cyathea rojasiana)다. 고사리의 동료로 진화 과정에서 좀비화 기술을 갖춰 잎이 죽더라도 뿌리로 되살아나 다른 역할을 수행한다.

좀비 고사리 키아티어 로자시아나의 구조도. 잎이 시들면 뿌리로 변모해 땅의 영양분을 빨아올린다. <사진=Graphic by Camila Pizano, color by Michael Vincent>

달링 교수는 "좀비인 부분은 이파리로, 일단 시들면 마치 촉수와 같은 뿌리로 다시 태어난다"며 "이 뿌리로 흙의 양분을 빨아올리는 키아티어 로자시아나는 잎의 조직을 재활용하는 유일한 식물"이라고 설명했다.

교수는 "키아티어 로자시아나의 잎 중앙에는 중축(홀씨 주머니를 각각 구분하는 막)이 존재한다"며 "늙은 잎이 말라죽고 나면 이곳이 뿌리로 변해 아래로 처지고 흙으로 파고들어 양분을 빨아올리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죽고 나서 뿌리로 재생된 키아티어 로자시아나의 잎은 바싹 마르고 썩은 좀비를 떠올리게 한다. 조직을 재이용해 양분을 흡수하는 이런 식물은 전에 보고된 바 없다. 

파나마에 서식하는 키아티어 로자시아나. 잎이 시들면 아래로 늘어져 땅으로 파고들어 뿌리 역할을 하는 좀비 고사리다. <사진=일리노이대학교 공식 유튜브 영상 'Scientists Discover ‘Zombie Leaves’ on a Tropical Tree Fern in Panama' 캡처>

달링 교수는 "좀비 고사리가 호러 영화 같은 기술을 진화시킨 수수께끼를 풀려면 약 70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며 "당시 파나마는 화산 활동이 활발했는데, 좀비 고사리는 화산재가 쌓여 메마른 땅에서 가능한 많은 양분을 빨아올리려 잎을 좀비화시킨 듯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연구팀은 파나마 현지 조사에서 화산재가 수 m 쌓인 고대 지층을 발견했으며, 그곳에 자라는 식물 일부가 다른 곳과는 다른 독특한 구조를 가졌음을 화석을 통해 확인했다.

달링 교수는 "좀비 고사리는 성장이 매우 느려 잎을 우선적으로 키우기 위해 많은 에너지와 자원을 투입했을 것"이라며 "죽은 잎을 늘어뜨려 땅속에 박기 쉽도록 키를 점차 낮춘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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