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용자의 피로를 정확히 감지하는 신개념 섬유 센서가 탄생했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학교 연구팀은 19일 공식 발표한 논문에서 착용한 사람의 스트레스와 피로감을 감지해 경고하는 스포츠웨어를 선보였다. 연구팀은 이 의류가 사람이 의식하지 못하는 피로를 알아채 운동이나 육체 노동 시 발생하는 부상을 막는다는 입장이다.

이 의류는 센서와 배터리, 반도체 등 기존 웨어러블기기에 들어가는 전자부품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이런 일이 가능한 비결은 마법과도 같은 섬유 센서다.

연구팀은 사람이 운동이나 작업 중 피곤해지면 몸의 움직임이 달라지는 점에 착안했다. 실제로 마라톤 경기를 보면, 장거리 달리기에 피로가 쌓인 선수들의 보폭이 갈수록 짧아지고 몸이 흐트러진다.

섬유 센서를 허벅지 부분에 꿰멘 운동복. 착용자가 움직이면 자연히 발생하는 전계를 통해 피로도를 측정한다. <사진=취리히연방공과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섬유 센서는 전도성 및 신축성이 뛰어난 고무줄을 플라스틱 성분의 얇고 단단한 와이어로 촘촘하게 감싼 뒤 코일을 하나 감아 완성된다. 이 섬유를 두 가닥 구성하면 각각 전극으로 작용해 전계(전하로 인한 전기력이 미치는 공간)가 생성된다.

연구팀 관계자는 "쉽게 말해 두 가닥의 섬유 센서는 콘덴서 역할을 하게 된다"며 "이 섬유 센서를 일반 운동복의 허벅지 부분에 꿰매기만 하면 착용자가 다리를 움직일 때마다 두 섬유의 간격이 변하면서 콘덴서의 전하량도 변화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람이 달릴 때마다 운동복의 허벅지 부분이 늘어나거나 줄어들면 두 섬유의 간격이 변화하고 전계가 발생해 콘덴서 전하량 역시 변동된다"며 "이런 신호를 섬유 안테나가 계측해 스마트폰으로 전송, 피로도를 분석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이 언급한 섬유 안테나 역시 섬유 센서와 같은 전도성을 띤다. 이 안테나 덕에 섬유 센서가 파악한 운동 패턴 변화를 앱이 전달 받아 분석할 수 있다.
 

섬유 센서. 신기하게도 왼쪽이 느슨한 상태, 오른쪽이 단단히 당긴 상태다. <사진=취리히연방공과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이렇게 제작된 스포츠웨어는 거추장스러운 장치가 없어 운동이 방해받지 않고, 사람의 움직임에 따른 피로 축적을 옷이 감지해 경고하므로 예기치 못한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섬유의 신축성에 의한 전하의 양 변화는 너무 미미해 계측할 수 없었다"며 "이번에 개발된 섬유는 늘어나면 오히려 굵어지는데, 덕분에 조금만 늘려도 전하의 변동을 확실히 측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원리의 운동복은 센서와 배터리, 칩이 필요없어 입기 간편하고 가격 부담도 한층 덜하다"며 "사람이 미처 인지하지 못해 벌어지는 피로로 인한 부상을 예방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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