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의 역사를 담은 로제타석에 등장하는 ‘대반란’의 전장이 마침내 특정됐다.

영국 노팅엄트렌트대학교는 27일 국제 저널 ‘Journal of Field Archaeology’에 소개된 논문에서 로제타석 속의 대반란의 구체적 장소가 이집트 북부 도시 트무이스라고 밝혔다.

트무이스는 이집트 도시지만 고대 그리스 왕국 마케도니아에서 갈라진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고대 이집트 제32왕조)가 지배한 탓에 그리스 분위기가 강하다. 로제타석은 이집트인들의 반란이 한창이던 기원전 196년 프톨레마이오스 5세가 멤피스에서 내린 칙령을 새긴 돌기둥의 일부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인 히에로글리프, 데모틱(초서체), 그리스어로 칙령을 새긴 로제타석에는 이집트인의 봉기가 상세히 묘사됐다. 이를 통해 고고학자들은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치세의 이집트인들의 생활상을 파악했지만, 반란이 일어난 장소는 알아내지 못했다.

고대 이집트를 지배한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에 대한 대반란의 장소가 특정됐다. <사진=pixabay>

노팅엄트렌드대 연구팀은 로제타석에 언급된 대반란의 무대가 지난 2009년부터 발굴이 시작된 트무이스라고 의심해 왔다. 이곳에서 과거 격렬한 전투가 벌어진 사실은 고고학계에서 이미 유명했지만, 이집트인의 대반란과 연결되는 결정적 증거는 없었다.

2010년 연구팀 조사에서는 불탄 건물과 투석기 같은 무기의 잔해, 동전, 프톨레마이오스 여왕 아르시노에 2세를 본뜬 목 없는 조각상이 발굴됐다. 특히 매장되지 않은 채 풍화된 인골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연구팀은 신원을 알 수 없는 시신들이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군인들일 수도, 지배자를 몰아내려 했던 이집트인일 수도 있다고 봤다. 조사 관계자는 “고대 이집트인들이 사망자를 세심하게 처리하고 매장했다는 건 상식”이라며 “매장되지 않은 시신이 무더기로 방치됐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의심에서 조사가 강화되면서 마침내 연구팀이 찾던 증거가 나왔다. 조사 관계자는 “싸움의 흔적이 대반란에 의한 것임을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트무이스의 가옥 터 바닥에서 발견된 동전”이라며 “주조된 시기가 마침 대반란 시기와 일치했다”고 전했다.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인 히에로글리프, 데모틱, 그리스어로 칙령을 새긴 로제타석 <사진=pixabay>

이 관계자는 “그리스에서 수입된 도자기 파편의 양식 분석 결과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도자기임이 확인됐다”며 “추가 발굴조사에서는 파괴된 가마도 여럿 나왔다. 놀랍게도 가마 입구에 발만 내민 채 죽은 유골도 발견됐다. 아마 가마에 숨으려다 죽임을 당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역사에 따르면, 이집트인들의 대반란이 실패로 끝날 무렵 프톨레마이오스 군인들은 도자기를 굽던 가마터를 은신처로 보고 철저하게 파괴했다. 이번에 트무이스에서 출토된 가마들 역시 공격을 받은 흔적이 뚜렷했다.

연구팀은 트무이스의 유적을 면밀하게 관찰하면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지배 형태나 당시 이집트인들의 생활상을 보다 자세히 이해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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