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유물 발굴 사상 가장 오래된 4300년 된 미라가 발견됐다. 고고학자들은 이 미라를 집중 연구하면 고대 이집트의 역사와 문화, 신분제 등 많은 사실을 알아낼 것으로 기대했다.
고고학자 자히 하와스 박사는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집트 수도 카이로 근교 사카라에서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오래됐을 가능성이 있는 미라를 소개했다.
약 4300년 전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미라는 지난달 새롭게 사카라의 4개 분묘 발굴 과정에서 우연히 확인됐다. 4개 분묘는 이집트 제5왕조 및 제6왕조 시절 관료들의 것으로 추측된다. 가장 큰 무덤의 주인은 이집트 제5왕조 파라오 우나스 치세의 신관 크눔드제데프로 확인됐다.
두 번째로 큰 무덤의 주인은 메리라는 인물이다. 왕궁을 섬기는 고위 관리로 추측된다. 그의 무덤에서는 아름다운 인물상과 신상 외에 다양한 크기의 부적과 돌그릇, 일상 도구가 발견됐다.
4300년 된 미라는 이들 분묘의 바닥으로부터 지하 15m 아래 갱도에 숨어있었다. 미라는 모르타르로 봉인된 석회암질 석관에 소중하게 안치돼 있었다. 금박 장식으로 미뤄 신분이 높은 인물로 보인다. 모르타르는 고대 이집트는 물론 인도 등 다양한 국가에서 사용한 천연 건자재다.
자히 하와스 박사는 “미라의 주인공은 남성으로, 이름은 헤카-셰페스”라며 “이 미라는 이집트에서 발견된 것으로는 지금까지 가장 오래되고 가장 완전한 미라일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사카라는 이집트 고대 왕조의 주요 인물들이 잠든 네크로폴리스, 즉 거대한 매장지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수도 멤피스 부근 사카라를 네크로폴리스로 조성하고 왕족과 귀족의 미라를 수도 없이 안치했다. 유명한 이집트 왕들의 피라미드가 곳곳에 분포한다.
학계는 이번 발견이 미라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자히 하와스 박사를 비롯한 이집트 고고학자들은 지난해 11월 사카라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바 없는 이집트 여왕의 피라미드와 미라 수백 구를 발견하는 등 최근 괄목할 성과를 거두고 있다. 당시 발견은 투탕카멘 무덤 발굴 100주년인 2022년 가장 뜻깊은 수확으로 평가됐다.
세계 고고학계가 주목하는 자히 하와스 박사는 망자를 방부 처리한 시신을 미라로 통칭하지 말자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장기간 원형을 간직한 시신을 모두 미라로 부르지만, 망자의 신원을 알아냈을 경우 존엄성을 해치지 않도록 이름을 부르자는 이야기다. 신원을 모를 경우에도 ‘미라화된 시신’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게 박사의 생각이다.
자히 하와스 박사는 “후대가 선대 사람의 이름을 알아냈을 경우 이름을 부르는 것이 마땅하다”며 “미라는 영화나 괴담의 영향으로 오컬트 이미지가 강하지만, 실제로는 고인이 안심하고 현세를 떠나도록 공경하는 마음으로 정성껏 만든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