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감정, 옥시토신 하나의 역할 아닌 듯.”

애정 호르몬으로 알려진 옥시토신이 없더라도 상대와 유대를 돈독히 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옥시토신이 유발하는 것은 틀림없지만, 애정이나 유대에 관계하는 다른 요인이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에 시선이 쏠렸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연구팀은 27일 국제 학술지 ‘뉴런(Neuron)’에 실린 논문에서 애정은 단 하나의 호르몬으로 논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쥐의 실험 결과 밝혀졌다고 전했다.

많은 연구자들은 부부의 유대감이나 자녀, 친구, 동료에 대한 감정이 사랑 호르몬 옥시토신의 작용 때문이라고 여겨왔다. 연구팀은 여기에 의심할 점은 없지만, 다른 호르몬의 작용은 혹시 없는지 살펴봤다.

일부일처제로 평생 한 반려자와 사는 프레리 들쥐 <사진=seahue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Young Voles' 캡처>

우선 연구팀은 유전자 조작으로 옥시토신에 반응하지 않는 새끼 프레리 들쥐를 만들었다. 북미에 서식하는 프레리 들쥐는 일부일처제로 평생 같은 반려자와 함께 한다. 이런 습성 때문에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알아보는 실험에 자주 이용된다.

유전자 조작으로 옥시토신에 반응하지 않는 프레리 들쥐는 원칙적으로 배우자나 형제 등 가족과 애정관계가 성립되지 않아야 한다. 임의로 만든 실험용 쥐는 애정 행동을 보이는 세포에 옥시토신 수용체가 없기 때문이다.

당초 연구팀은 새끼 쥐가 성체가 돼도 부부의 유대를 맺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실험에 동원된 쥐들은 멀쩡한 개체들처럼 짝짓기를 했고, 암컷의 경우 양은 정상보다 적었지만 수유까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옥시토신 외의 애정 메커니즘이 쥐의 체내에 작용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실험 결과는 프레리 들쥐가 옥시토신 없이 부부의 유대를 맺을 것은 이 쥐의 애정이 옥시토신에만 의존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애나 유대감은 옥시토신의 작용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pixabay>

실험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자폐아에게 옥시토신을 투여한다고 반드시 사회생활 능력이 개선되는 것은 아닌 이유와 관련이 있다”며 “우리 몸의 어떤 부분이 작용하는 경로는 원래 하나가 아니다. 심리나 행동에는 극히 복잡한 유전적·신경적 메커니즘이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옥시토신이 없이 쥐들의 유대가 가능한 정확한 이유는 알아내지 못했다. 가장 큰 가능성으로는 모종의 대체 메커니즘이 거론됐다.

실험 관계자는 “프레리 들쥐는 강한 사회적 유대와 협력적 번식 행동으로 알려져 있다”며 “임의로 옥시토신 수용체를 제거한 새끼 쥐는 본능적으로 다른 분자를 이용하는 애정 시스템을 발달시켰을지 모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사회적 유대의 근본인 생물 메커니즘을 아는 것은 인간 행동을 이해하는 데도 중요하다”며 “프레리 들쥐가 다른 방법으로 유대를 유지한 비결을 확인하면 애정은커녕 최소한의 사회성이 결여된 인간 심리를 확실히 파악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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