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기시대 인류는 망자의 뼈를 취해 여러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단단한 뼈는 물론 골수를 뽑아 도구나 식량으로 활용했을 가능성에 학계가 주목했다.

스위스 베른대학교 고고학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발굴 보고서를 27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스페인 마몰레스 동굴(Cueva de los Marmoles)에서 출토된 고대인 뼈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망자의 유골을 도구로 재활용한 흔적을 확인했다.

고대인 유골 12구(7구는 성인)에 대한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과 함께 인류학적 분석을 더한 연구팀은 마몰레스 동굴이 기원전 5000년에서 기원전 2000년 사이 주거지 겸 매장지로 사용됐다고 추측했다.

고대 인류는 망자의 뼈나 골수를 취해 사용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조사 관계자는 "연조직을 돌로 긁어낸 흠집이 선명한 정강이뼈, 컵이나 사발로 쓴 두개골 등이 동굴에서 나왔다"며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인골을 도구로 썼다는 것은 시신을 가까이 두는 풍습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죽은 이들의 뼈를 취해 쓴 행위는 죽음에 대한 신석기시대 인류의 사고방식을 알려준다"며 "공동체에서 죽은 사람이 갖는 위치나 가치에 대한 새로운 견해도 생겨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먼저 죽은 사회 구성원의 시신을 가까이 두고 그 일부를 사용한 것은 영적인 세계로 이동을 용이하게 할 목적이라고 추측했다. 마몰레스 동굴이 자리한 이베리아반도는 중석기시대와 신석기시대 인류의 장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흔적이 계속해서 발굴되고 있다.

두개골의 가공 흔적 <사진=베른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마몰레스 같은 자연 동굴은 유럽 전역에서도 드문 집단 매장지"라며 "당시 사람들의 장례 의식이나 삶과 죽음에 대한 사고 등 귀중한 고고학적 정보를 제공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유골 일부가 도구로 사용되는 등 모두 비슷한 방식으로 다뤄졌다는 점에서 고대인들은 죽음과 사자에 대해 확고한 전통과 신념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강이뼈를 취해 반복적으로 사용한 흔적 <사진=베른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이번 조사에서는 뼈에 새겨진 가공 흔적을 100% 해석하지는 못했다. 다만 갈라짐이나 흠집, 연마 흔적 일부는 골수나 조직을 제거하다 남은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고대인들이 골수를 식량으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연구팀은 이베리아반도의 다른 동굴에 대한 추가 조사를 통해 고대인의 생활상을 자세히 알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팀은 사회 구성원의 유해를 재활용한 행위의 궁극적인 목적을 알아내기 위한 추가 조사를 예정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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