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창피한 건 잠시일 뿐….”

일본 중앙행정기관 고위공무원이 생태교란종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거북이 변신을 감행했다. 권위를 내려놓고 온 얼굴에 거북이 화장을 한 채 카메라 앞에 선 용감한 주인공은 오쿠다 나오히사(60) 환경성 자연환경국장이다.

오쿠다 국장은 일본 환경성이 지난 12월 공식 유튜브 채널에 게재한 생태교란종 근절 캠페인 영상에 붉은귀거북 분장을 하고 출연했다. 붉은귀거북은 한국에서도 반려동물로 인기가 많지만, 지나치게 긴 수명으로 버려지거나 종교단체가 방생하면서 자연에 유입, 생태교란종으로 지정됐다.

일본 환경성 외래종 근절 캠페인 영상에 출연한 오쿠다 나오히사 자연환경국장. 붉은귀거북 화장을 하고 등장했다. <사진=일본 환경성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今こそアカミミガメを語ろう!カメトーク!【WoWキツネザル×環境省】' 캡처>

붉은귀거북의 소개로 시작하는 영상은 자연에 무분별하게 풀어준 붉은귀거북이 생태에 미치는 다양한 영향을 소개한다. 이 거북을 외래종으로 지정하고 관리하는 외래생물법에 대한 안내와 함께, 붉은귀거북을 키우지 못하게 될 경우 처리법도 담았다.

오쿠다 국장은 영상 중간에 등장, 붉은귀거북에 대한 환경성 규제가 지난해 어떻게 변경됐는지 소개했다. 경력 30년이 훌쩍 넘은 고위공무원이지만, 얼굴을 온통 녹색으로 칠하고 귀 부근은 붉은색으로 화장해 그를 본 진행자와 게스트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환경성 공식 유튜브 채널에 얼굴을 요란하게 칠한 관료가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 오쿠다 국장은 “당연히 부끄럽지만 이렇게 하면 새로운 생태계 교란종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입이 금지된 붉은귀거북 <사진=pixabay>

자연환경국 직원들의 제안으로 방송에 출연한 오쿠다 국장은 실제 붉은귀거북을 재현하기 위해 얼룩무늬까지 그려 넣었다. 공을 들이느라 분장에 걸린 시간은 총 30분이 넘었다. 오쿠다 국장의 변신에 참신하다는 평가가 이어졌고, 환경성 유튜브 영상으로는 이례적으로 8000회 넘는 조회 수도 기록했다.

수명이 최대 40년에 이르는 붉은귀거북은 질병이나 경제적 부담 등으로 주인이 키우다 버리는 경우가 적잖다. 일본은 외래생물법에 따라 붉은귀거북을 올해 6월부터 판매·수입할 수 없으며, 야외 방출도 금한다.

일본 정부는 붉은귀거북을 반려동물로 계속 키울 수는 있지만, 자연에 유기하다 적발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엔(약 28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우리나라도 현재 붉은귀거북을 생태교란종으로 지정,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