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구입할 목록을 빼곡하게 새긴 작은 점토판이 튀르키예 고대 유적에서 나왔다. 점토판이 사용된 연대는 대략 3500년 전으로 확인됐다.  

메흐메트 누리 에르소이 튀르키예 문화관광부 장관은 1일 공식 채널을 통해 하타이 주의 고대 도시 알랄라크(Alalakh) 유적에서 쇼핑 목록을 새긴 점토판이 나왔다고 소개했다.

점토판을 채운 것은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통용된 동셈어군(East Semitic languages)의 하나인 아카드어로 확인됐다. 동셈어군은 수메르어의 영향을 받은 탓에 쐐기문자(설형문자)도 받아들였다.

에르소이 장관은 "점토판은 가로 4.2㎝, 세로 3.5㎝, 두께 1.6㎝, 무게 28g으로 상당히 작지만 완전히 해독되면 청동기시대 후기 경제 구조와 국가 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얻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발견 당시의 점토판 <사진=튀르키예 문화관광부 공식 홈페이지>

이어 "아카드 사람들은 수메르어 표음문자에 해당하는 음성기호를 이용해 자신들의 언어를 표기했다"며 "아카드어 쐐기문자에 의해 비교적 표준화된 정보 기록이 가능했고, 메소포타미아의 여러 지역에 서기관이 이를 통용할 만큼 문자가 체계화됐다"고 덧붙였다.

아카드 쐐기문자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개발된 가장 오래된 표기 시스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기원전 3400년경 수메르인에 의해 개발된 쐐기문자를 응용해 기원전 2500년경 만들어졌다. 쐐기문자는 주로 갈대 첨필을 사용해 점토판에 새겼다.

언어학자들에 따르면, 아카드인들은 쐐기문자를 이용해 다양한 소리와 개념을 표현했다. 시간이 갈수록 체계가 잡히면서 수메르에서 받아들여 발달시킨 쐐기문자는 행정, 법률, 문학, 학문 등 전 분야에서 사용됐다.

정교하게 복원된 점토판. 언어학자들의 해독 결과 의자와 테이블 등 쇼핑 목록이 새겨졌다. <사진=튀르키예 문화관광부 공식 홈페이지>

이번 점토판을 해독한 언어학자들은 나무 테이블과 의자, 스툴(등받이 및 팔걸이가 없는 서양식 의자) 등 구입할 물건이 기록돼 있음을 알아냈다. 구매자는 물론 판매 업자에 대한 상세한 내용까지 담겼다.

에르소이 장관은 "이러한 정보로부터 당시 무역 네트워크나 경제 활동을 엿볼 수 있다"며 "문자와 언어만 봐도 당시 사람들이 상업이나 행정 시스템을 얼마나 고도화했는지 알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점토판은 당시 행정기록으로서 상품이나 거래의 추적을 담당하는 상인이나 관리가 사용한 휴대용 기록물일 가능성이 있다"며 "고대 메소포타미아 사회의 교역과 사회·경제상을 이해할 중요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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