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와 시리아 국경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동물들이 사태를 예지하고 이상 행동을 보였다는 주장이 계속된다. 지진은 쓰나미 등 추가 재해를 동반하는 무서운 자연현상이지만, 아직 비나 눈처럼 예보할 수 없어 동물에 의존하자는 의견도 적잖다.
지난 6일 새벽 튀르키예와 시리아 국경 인근 가지안테프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한 직후, 유튜브에는 새들이 사태가 나기 전 이상 행동을 보였다는 주장이 속속 올라왔다.
제보자들이 올린 영상에는 수많은 새들이 별안간 쏟아져 나와 무리 지어 빙글빙글 날아다니는 상황이 담겼다. 새들은 신호라도 받은 듯 일제히 나무에 앉는가 하면, 다시 날아올라 원을 그리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영상을 올린 사람들은 새나 개, 쥐, 곤충 등 다양한 동물들이 지진 같은 자연재해를 미리 알아챈다고 주장했다. 평온하게 지내던 동물들이 사람이 갖지 않은 감각을 이용해 강진을 예감하고,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을 급히 벗어났다는 이야기다.
동물이 지진을 미리 안다는 주장은 학자들 사이에서도 오랜 논란거리다. 동물이 재해를 예감한다고 보는 학자도 있지만 이를 인간의 지진 예보에 적용할 정도는 아니며, 뭣보다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반박도 만만찮다.
이번에 올라온 영상에 대해서도 학자들 사이에서는 의견의 분분하다. 지진 전문가들은 새들이 분명 특이한 행동을 보였지만 지진과 직접적 연관성은 불분명하다고 본다. 미국지질조사국(USGS) 관계자는 "가지안테프 거리의 CCTV 영상을 보면 새떼가 평소와는 다르게 행동한다"면서도 "지진을 알고 그랬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고 전했다.
동물이 지진을 알고 피한다는 기록은 고대 문서에도 등장한다. 기원전 373년 작성된 그리스 문헌에는 대지진 며칠 전 쥐들과 족제비, 지네, 뱀이 떼로 몰려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문장이 나온다. 학자들은 이 문헌이 동물의 지진 예지를 언급한 인류의 첫 기록으로 본다.
지진은 실체파인 P파와 S파의 움직임으로 표현할 수 있다. 종파인 P파는 에너지가 작으며, 더 빨리 지면에 전달된다. 이후 찾아오는 S파는 횡파로 에너지가 P파보다 강하며, 상하진동을 야기해 커다란 피해를 입힌다.
일부 학자들은 새나 쥐들이 P파를 알아차리고 S파가 오기 전 피한다고 생각한다. 학자들은 P파를 감지하면 동물처럼 지진을 미리 알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일본 등 일부 국가가 현재 P파를 알아채고 S파가 도달하기 전 경고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S파가 도달하기 전 짧은 대피 시간을 버는 수준이다. 아직 지진은 비나 눈처럼 예보가 불가능한 영역이다. 위성을 통해 지진운 등 지진과 관련된 특정 현상을 감지하는 방법도 고안됐지만 아직 확실하게 지진을 미리 알리는 시스템은 없다.
동물의 감각을 지진 예보에 도입하지 못하는 것은 동물이 감각적으로 P파를 감지해 피한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USGS 관계자는 "지진 전 동물이 이상행동을 보였다는 보고서를 약 700개 분석했지만 과학적으로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진은 과거 한국 이외의 국가의 문제로 생각됐다. 다만 2017년 포항에서 규모 5가 넘는 강진이 발생했고, 이달 11일에도 충북 보은에서 지진이 감지되는 등 우리나라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한편 튀르키예 보건당국은 10일 공식 채널을 통해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2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국제단체의 구호 활동이 전개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구조대와 의료진을 현지에 파견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