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엽충이 뭘 먹고살았는지 알려주는 귀중한 단서가 발견됐다. 최후의 만찬이 체내에 그대로 남은 삼엽충 화석은 이 기묘한 고생물의 비밀을 여럿 밝혀줄 것으로 기대된다.

체코 프라하 카렐대학교 고생물학 연구팀은 29일 발표한 조사 보고서에서 약 4억6500만 년 지층에서 발견한 삼엽충 화석을 소개했다. 이 삼엽충은 섭취한 먹이가 체내에 남은 채 화석이 돼 학계 관심이 쏠렸다.

연구팀이 조사한 삼엽충은 보헤몰리카스 인콜라(Bohemolichas incola)라는 종이다. 고생대 오르도비스기에 해당하는 4억6500만 년 전 지층에서 발굴된 화석은 약 5㎝ 크기로 석영이 주성분인 규토에 둘러싸여 세세한 부분까지 온전하게 보존됐다.

소화기관 내부의 음식물이 온전히 남은 삼엽충 보헤몰리카스 인콜라의 화석 <사진=카렐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우리가 놀란 것은 화석 내부, 그러니까 보헤몰리카스 인콜라의 소화기관 안에 조개껍질 파편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삼엽충은 고생물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누구나 삼엽충을 배우기 마련인데, 사실 학자들도 그 기본 생태를 자세히 알지 못하며 무엇을 먹고살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보헤몰리카스 인콜라의 소화기관 내부 조개껍질은 가장자리 부분이 아직 녹지 않고 날카로운 상태였다. 연구팀은 삼엽충의 소화액이 산이 아니라 중성이거나 염기성일 것으로 추측했다.

맨 왼쪽 노란색 부위가 삼엽충의 입, 그 옆에 늘어선 물체가 섭취한 먹이다. <사진=카렐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이런 특징은 삼엽충에 가깝다고 여겨지는 현생종 갑각류나 거미류에서도 볼 수 있다"며 "다만 갑각류나 거미류는 각각 다른 문으로 분류되며, 삼엽충의 직접적 후손이 아니어서 아직 해명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보헤몰리카스 인콜라 소화관 내부에 가득한 음식물을 분석, 삼엽충이 바다 밑바닥의 무척추동물을 섭취한 점을 알아냈다. 소화되지 않은 먹이 중에는 뿔 모양의 고대 조개류 히올리타(Hyolitha), 멸종된 불가사리류 스틸로포라(Stylophora) 등 정체를 특정할 정도로 온전한 것도 있었다.

보헤몰리카스 인콜라가 즐긴 최후의 만찬 메뉴를 재구성한 그림. 빨간색이 스틸로포라, 보라색이 히올리타, 파란색이 조개류다. <사진=카렐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삼엽충은 씹는 힘이 세지 않아 소화가 잘 되거나 통째로 삼킬 작은 동물을 잡아먹은 것으로 추측했다. 또한 보헤몰리카스 인콜라가 탈피를 시도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절지동물은 성장을 위해 기존의 껍질을 벗고 새 껍질로 탈바꿈할 때 공간을 만들기 위해 소화관을 부풀린다.

조사 관계자는 "삼엽충의 섭식행동은 현생종 갑각류의 생애 주기와 같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발견은 가치가 있다"며 "운 좋게 소화기관에 먹이가 남은 화석이 또 발견되면 고생물의 비밀을 더 많이 알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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