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아타카마 사막에서 그간 한 번도 특정되지 않은 생물의 DNA가 발견됐다.
칠레와 스페인, 일본, 이탈리아 등 다국적 연구팀은 21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소개된 논문에서 아타카마 사막에서 채취한 DNA 중 9%가 미지의 생물의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생명체가 살기 어렵기로 유명한 아타카마 사막의 생태를 장기간 조사했다. 태평양과 안데스산맥에 걸친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건조한 지역으로, 사람이 살 수 없어 천연의 자연 상태가 보존되고 있다. 워낙 인간의 자취가 없다 보니 고지대에 유명 천문대가 들어선 곳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아타카마 사막에서 확인한 미지의 생명체가 최근 주목받는 다크 마이크로바이옴(dark microbiome)이라고 결론 내렸다. 마이크로바이옴이 미생물의 집합을 의미하므로, 다크 마이크로바이옴은 아직 인간이 파악하지 못한 미생물 군을 뜻한다.
연구팀이 아타카마 사막에서 이런 미생물 군을 탐색한 이유는 화성이다. 연구팀은 화성과 닮은 환경으로 꼽히는 아타카마 사막에서 찾아낸 미지의 생명체가 화성의 생명체 발견과 연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조사 관계자는 “우리 연구를 통해 들여다본 아타카마 사막의 레드스톤은 지질까지 실제 화성과 비슷한 것으로 유명하다”며 “외계 생명체 탐색의 아이디어를 얻거나, 우주비행사들이 화성에서 사용할 기기의 실험장소로 안성맞춤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연구팀이 이번에 레드스톤에서 사용한 탐색기기는 이미 미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선에 탑재됐거나 향후 장착될 것들과 같은 유형이다.
조사 관계자는 “이번 연구의 목적은 화성 전용 기기를 통해 존재감이 미미하면서도 그간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생명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지 시험하는 것”이라며 “이런 조사는 지구의 생물 다양성 확장에 도움이 되며, 행성 탐사에도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아타카마 사막에서 화성 탐사용 장비를 실험하는 동시에, 현지에서 얻은 미생물이나 암석, 대기 등 소중한 샘플을 지구로 운반할 효율적이고 신속한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사를 이끈 스페인 우주생물학자 아르만도 부스토스는 “지구의 척박한 환경에서 생명체를 발견하는 기술은 화성에서 우주 생명체를 특정하는 작업에 도움을 준다. 하나의 예행연습인 셈”이라며 “다만 현지에서 샘플 분석은 어려우므로 지구로 신속히, 안전하게 가져오는 기술 발전이 현재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