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자기장이 37억 년 전부터 존재해 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자기는 우주로부터 쏟아지는 방사선이나 태양풍을 막는 중요한 장벽인데, 언제쯤 발생했는지를 두고 학자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및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2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자기는 지구 내핵이 굳을 때 외핵 속에 용해된 철이 부력에 의해 다이너모(직류발전기)처럼 작용하며 만들어진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탄생 초기의 지구는 내핵이 채 굳지 않아 어떻게 지자기가 만들어졌는지 확실하지 않다.

연구팀은 그린란드 이수아 그린스톤 벨트(Isua Greenstone Belt)에 분포하는 자기장을 띠는 암석을 분석했다. 이수아 그린스톤 벨트는 두터운 지각에 자리하는 까닭에 오랜 세월에 걸친 대규모 지각변동과 변형으로부터 보호를 받아왔다.

지자기 연대 측정에 이용된 암석들은 37억 년 전 형성된 이수아 그린스톤 벨트에서 나왔다. <사진=클레어 니콜스>

옥스퍼드대 행성과학자 클레어 니콜스 교수는 “이수아 그린스톤 벨트에서 채취한 암석에는 철이 다량 포함돼 있다”며 “철 입자는 결정화에 의해 돌에 갇힐 때 자석처럼 작용해 지자기의 세기나 방향을 그대로 간직하는 지문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37억 년 전 형성된 이수아 그린스톤 벨트의 암석 속 철을 분석했더니 당시 지자기는 15µT(마이크로테슬라)였다”며 “이는 구간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30µT를 나타내는 현재의 지자기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암석으로부터 얻은 지구 자기장의 흔적 중에서는 가장 오래됐다. 클레어 교수는 “이렇게 오래된 암석에서 신뢰성 높은 기록을 얻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며 “지구에 생명이 탄생한 아주 옛날에 지자기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혀내는 데 중요한 자료이기도 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교수는 “과거부터 지자기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정확히 알면 생명이나 지구의 역사를 풀어가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된다”며 “강력한 태양풍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하는 자기장은 생명이 바다에서 육상으로 진출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을지 모른다”고 추측했다.

지자기의 흐름을 표현한 일러스트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공식 홈페이지>

지자기의 변화는 지구 내부에서 단단한 핵이 언제쯤 생겼는지 알려주므로 지구를 도는 판의 움직임이나 지구 내부의 열에 관한 연구에도 유용하다.

특히 연구팀은 이번 성과가 약 25억 년 전부터 지속되는 지구 대기의 제논(크세논) 고갈 현상을 해명하는 열쇠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클레어 교수는 “제논 고갈 현상에 대해 일부 학자들은 대전된 입자가 지자기에 의해 대기에서 제거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며 “이번 연구에 기반한 향후 조사에서 이 부분이 해명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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