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죽은 물고기를 이용해 살아있는 새끼를 얻는 기술이 일본에서 개발됐다. 학계는 멸종 위기에 몰린 희귀어들을 안전하게 번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일본 도쿄해양대학교는 17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죽은 물고기의 세포를 활용, 24시간 내에 새끼들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공개했다.

고등어에게서 참치 새끼를 생산하는 일명 ‘물고기 대리부모(代理親魚)’ 연구로 유명한 도쿄해양대학교는 희귀한 물고기들을 멸종 위기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기술도 고민해 왔다. 

무지개송어 <사진=pixabay>

연구팀은 죽은 지 24시간 내에 무지개송어 체내에서 알과 정자의 근원이 되는 생식 줄기세포를 꺼냈다. 이를 살아있는 다른 무지개송어에 이식한 연구팀은 생식 줄기세포가 정상적으로 난소나 고환에 흡수돼 알과 정자로 분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실험을 이끈 도쿄해양대 이치다 겐스케 교수는 “수족관이나 양식장에서 사육되는 희귀한 물고기는 정전 등 설비 고장으로 쉽게 죽어버린다”며 “물속에서 죽은 물고기는 세포 열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그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지만 이번 실험이 이를 뒤집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생태계에서는 물고기가 죽은 뒤 신속하게 생식 줄기세포를 떼어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도 “보호를 위해 양식장에서 기르는 희귀어들이라면 죽은 걸 확인하고 24시간 내 세포를 빼내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죽은 무지개송어의 체내 생식줄기세포를 활용, 산 개체에서 새끼를 생산하는 실험 진행도 <사진=도쿄해양대학교>

이치다 교수는 “지금까지 멸종 위기 어종 연구자들은 물고기가 죽어버릴 경우 모체를 활용해 살아있는 새끼를 얻을 수 없다고 여겨왔다. 이번 기술을 보다 발전시키면 죽은 물고기의 후손을 다른 개체에서도 얼마든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팀은 장기적으로 희귀어의 유전자 자원을 확보하고 컴퓨터 데이터처럼 손쉽게 백업하는 기술이 탄생했다고 실험의 의미를 부여했다. 지구상의 수많은 멸종 위기 어종을 후대까지 전할지 모를 이 기술은 국제 저널 해양수산학(Aquaculture)에도 소개됐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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