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 약 3㎝의 구멍이 뚫린 사람 두개골이 3500년 된 이스라엘 청동기시대 무덤에서 발견됐다. 일부 학자들은 중동 지역에서 보기 힘든 고대인의 뇌 수술 흔적이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공동 연구팀은 지난달 말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소개된 논문에서 후기 청동기시대 이스라엘 무덤에서 큼직한 구멍이 난 두개골을 발굴했다고 전했다.

이 두개골은 성서에도 등장하는 고대 유물의 보고 메기도에서 나왔다. 지배층이 거주한 지역의 무덤에 파묻혔던 유해는 총 두 구로, 서로 형제로 추측됐다.

유골을 수습한 학자들은 두개골에 난 구멍에 주목했다. 일부는 중동에서 가장 오래된 외과 수술 흔적이라고 판단했다. 발굴 관계자는 "아무래도 두개골을 뚫은 당시 뇌 수술은 곧장 실패한 듯하다"며 "상류 계급임에도 의학이 발달하지 못해 죽음을 면치 못한 쪽은 형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두개골에 난 네모 형태의 구멍(c). a와 b는 그 단면을 보여주며, 눈금의 길이는 2㎜다. d는 두개골 구멍을 재구성한 상상도 <사진=PLOS ONE 공식 홈페이지>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북쪽으로 약 130㎞ 떨어진 메기도는 궁전과 요새, 신전, 무덤 등 고대 유적이 많이 모여있다. 아주 번성한 고대 도시 메기도는 세상의 마지막 날 선악이 모여 싸우는 성서 속 마지막 전장 아마게돈을 의미한다.

발굴 관계자는 "후기 청동기시대 메기도는 중동 고고학 연구에 있어 역사적, 경제적으로 중요하다"며 "이번 유골은 가치 있는 도자기와 귀중품에 둘러싸인 만큼, 왕족 또는 상당한 권력을 가진 가문의 인물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DNA 분석 결과나 유골의 발달 정도로 미뤄 한 사람은 청소년기에 죽었고 다른 한 사람도 기껏해야 서른 살 정도에 사망했을 것"이라며 "형이 동생보다 오래 산 것으로 보이며, 동생의 유골은 적어도 한차례 다시 묻힌 것으로 생각된다. 살아 있는 환자의 두개골에 구멍을 내 뇌를 노출시키는 천두술은 형이 받았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청동기시대 후기 유적에서 발굴된 구멍 난 두개골. 뇌 수술 흔적일 수 있다고 학자들은 보고 있다. <사진=PLOS ONE 공식 홈페이지>

사각형에 가까운 구멍을 낸 데 대해 연구팀은 뇌 수술을 하거나 뇌압을 낮추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고 봤다. 미신적인 행위로 머리를 낫게 하려 두개골을 열었을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천두술 사례는 중석기시대 북아프리카에서 신석기시대 지중해, 중앙 유럽에 이르기까지 여러 기록이 남아 있다. 방식도 다양해서 동그란 구멍을 뚫거나 네모로 두개골을 잘라냈다. 타원형으로 조금씩 깎은 경우도 있다. 중동 전역에서 천두술 흔적이 남은 유골은 흔하지 않으며, 이번처럼 3500년 된 뼈에서 발견된 적은 없다.

연구팀은 이번 두개골이 고대인들도 사람을 살리려 극적인 수단을 취했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려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발굴 관계자는 "네안데르탈인 시절부터 사람은 서로 돕고 있었다는 실제 증거도 있다"며 "고대인들도 차별은 있었지만 죽어가는 이를 살리려는 인간다움 역시 갖고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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