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가 달리는 선로에 태양광 발전 패널을 촘촘하게 장착, 가정의 전력을 지원하는 전례가 없는 시도가 스위스에서 진행되고 있다.
스위스 친환경 에너지 스타트업 선웨이즈(Sun-Ways)는 26일 공식 채널을 통해 탄소중립을 위해 고안한 선로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공개했다.
이 업체는 탄소중립에 초점을 맞춘 스위스 정부 정책에 맞춰 이 선로를 설계했다. 기후 위기로 현재 많은 나라가 탄소제로 정책을 밀어붙이는 중이며, 해상풍력발전 등 진보한 친환경 에너지원들이 각광받고 있다.
이 시스템은 스위스 전역에 배치된 철로에 폭 1m 크기의 태양광 발전 패널을 놓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서 얻은 전력을 가정 또는 소규모 공장에 공급하는 게 업체 생각이다.
선웨이즈 관계자는 "산이 많은 스위스는 국토 전역에 철로가 놓여 있다"며 "총 5317㎞의 철길에 패널을 부착하면 축구 경기장 760개 분량의 광범위한 태양광 발전소가 마련되는 셈"이라고 전했다.
선로에 맞는 태양광 패널은 선웨이즈와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교(EPFL)가 공동으로 제작했다. 특수 설계한 열차가 선로를 이동하면서 패널을 설치하는 방식이다. 사람이 아닌 열차가 이동하면서 패널을 놓기 때문에 인프라 구축이 빠르고 간편하다. 고장이 나거나 불필요한 패널은 간편하게 제거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태양광 패널을 스위스 전역의 철도망에 설치하면 연간 1TWh(테라와트시)의 전력을 얻을 수 있다"며 "이는 스위스 국내 연간 전력 소비량의 약 2%이며, 가정의 에너지 부담을 크게 덜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선로 태양광 발전 시스템은 현재 스위스 연방 운수국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스위스 서부 도시 에커블렌스 일부 선로에서 한창 테스트 중이며, 승인이 날 경우 오는 5월부터 세계 최초로 탈부착 가능한 태양광 발전 선로가 가동된다. 선웨이즈는 전 세계에 100만㎞ 넘는 선로가 구축돼 있으며, 그 절반가량에 태양광 발전 패널을 설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기술적 문제도 제기됐다. 패널의 태양광 반사로 눈부심이나 발전 성능을 저해하는 먼지가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눈부심을 막는 필터를 이미 장착했고, 열차 하부에 브러시를 부착하면 먼지는 얼마든 없앨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